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래, 작가란 그런것이다.
연예인이라면 내가 굳이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여기저기서 흘러들어오는 정보에 이름 한번쯤, 얼굴 한번쯤 보게 되겠지만 책을 쓰는 작가라면 방송매체를 타고 흘러나오지 않는한 관심없는 사람들이 알기는 힘든 사람들.

내게는 나름 유명하고 재밌는 글을 쓰는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께옵서 항구도시 여행기를 썼다길래 냉큼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라니!! 완전히 내 얘기인거 아냐? 언제나 떠나고 싶다고 염불외듯 (아, 난 불자가 아니니 염불을 외울리가 있나. 삼시 세끼 밥 먹듯이) 떠들어 대고 있지만 결코 떠나지는 않는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바람, 새로운 풍경들,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여행을 통해 잠깐이나마 따분한 일상에서 해방될 수 있다.
게으른 사람일수록 유랑에 대한 동경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나는 알려지지 않은 대지의 이야기를 너무나 좋아한다. 지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싫증이 나지 않는다. 때로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 빈둥대면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먼 하늘을 상상하곤 한다.
반면, 나는 인파가 북적이는 곳을 싫어한다. 행렬과 교통 정체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가슴속까지 답답해진다. '좋은 사람은 집에 있다는 것이 나의 좌우명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나는 여행을 동경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권유를 받으면 마지못해 한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속으로는 기쁨의 환호를 외치며 따라나선다.
한마디로 뒤틀린 사람인 것이다. (11)

 
   


어쨌거나 이런 오쿠다 히데오가 2004년에 여러 항구도시를 돌아댕겼다. 반드시 배를 타고 가는 곳으로만. - 나오키 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의 '부산'에도 왔었다!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주장대로 그의 한국 방문은 '나오키 상 같은것은 아랑곳 하지 않는' 여행으로 묘사되었다. 나오키 상을 수상하면 대우가 달라져 개인실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를 해 봤지만 2층 침대가 나란히 놓인 합숙방이었고, 그는 그것을 '동료'로 대하는 평등정신이라고 웃어 넘기지만 그 말속에는   그 특유의 유머가 고스란히 드러날 뿐이었다.

부산기행을 빼면 모두 일본의 항구도시 기행이야기라서 솔직히 어떤 곳인지 전혀 감이 안온다. 물론 여행지를 다 알아야만 여행기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의 여행 에세이는 별 무리없이 읽을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여행 에세이 같지 않은 그의 여행기가 재미를 더해주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죙일 먹고 자고 술마시고 간혹 도박하고 쇼핑하고의 반복인 듯 하지만 각 지역의 특색과 느낌만큼은 확실히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여행은 참으로 좋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하면서도 누군가의 권유가 없으면 서재에만 틀어박혀 있는 (304) 오쿠다 히데오가 1년동안 이곳저곳을 다니며 폭풍도 경험하고, 한국의 매운 고추맛도 보았으며 테렌파렌도 즐겼다. - 그가 여행한 곳 중 하나인 '고토'지방에서 아무일도 하지 않는 것을 '테렌파렌'이라고 한다.

아, 나도 어딘가로 떠나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 늘어나는 몸무게 걱정을 잠시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여행지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맘껏 먹고 테렌파렌한 인생을 즐기고 싶다. 아니, 여행지에서의 일상은 테렌파렌이 정석아니던가?

   
 

 일방적인 방문으로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과의 접촉을 기대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 뻔뻔스런 행위다. 현지 사람에게는 현지 사람의 일상이 있으며 여행자가 나설 자리는 없다. 적어도 나는 그 온도차를 자각하고 싶다.
말없이 방문하여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라져가는 것, 그것이 여행하는 사람의 예의다.(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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