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는 우리를 들뜨게 하지
바나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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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 뜨개질을 했었다,라는 문장을 쓰면서 곧바로 이런 문장을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뜨개질을 하는 어머니 옆에서 열심히 뜨개실을 풀고 감는 단순작업을 한 기억도 있고 짜투리 실을 받아 코바늘 뜨기와 대바늘 뜨개질을 해보고는 했지만 사실 그 흔한 머플러 하나도 완성해본 기억은 없다.- 사실 시작은 할 수 있지만 뜨개질에서 마지막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지 지금도 모른다.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보는 걸 좋아해서 종이접기, 십자수 같은 것도 해보기는 했지만 역시 나이를 먹으니 대바늘로 손을 움직이는 뜨개질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런 마음이 이 책을 읽은 후 뜨개질을 시도해보게 될지, 스스로 궁금해하면서 책을 펼쳐들었는데 저자의 놀라운 작품들은 뜨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지만 내가 이제 배워서 하는 거 좀 더 심사숙고해봐야겠다는 망설임이 더 커졌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재택근무가 길어지며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이 늘어나기도 했고 뜨개질 역시 그렇게 시작될 수 있었고 모든 취미가 그렇듯 처음은 멋모르고 가볍게 시작하다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장비가 늘어나기 시작하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예전에 한참 몰두했던 십자수가 생각나 구석에 박혀있던 가방을 꺼냈더니 수십개의 실타래가 정리함에 빼곡히 담겨있는데다가 바늘과 가위, 펜까지 다 담겨있었다. 그러고보니 "장인은 도구 탓을 안 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장인 정도가 되면 이미 웬만한 도구는 다 갖추고 있기에 굳이 탓을 하지 않는거라고 본다"(52)는 저자의 글은 생각할수록 웃기면서도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뜨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책에 실려있는 작품사진들을 보고 있으려니 도저히 시도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저자 바나 역시 초보단계에서 시작해 가로,세로배색을 하는 인따르시아 니트까지 완성을 해내고 있다고 하지만 내게는 범접불가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초보단계에서의 글이 더 많았다면 시도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더 커졌을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나의 뜨개와 관련된 글을 읽으며 뜨개가 들어가는 말에 책을 넣으니 완벽하게 매칭이 되는 것을 느꼈다. 뜨개속도가 실을 구입하는 속도를 못따라가듯 책을 읽다보면 읽는 속도가 책을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특히 화폐의 단위는 실 가격이다 라는 문장을 읽으며 백만배공감이 되었다. 저 돈이면 책이 몇권인가,라는 생각은 자동반사처럼 머리속에 떠오르게 되니까.


손으로 뭔가를 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손재주가 좋은 것은 아니라 이제 뜨개를 배우면 분명 기본적인 뜨개코가 들쭉날쭉할 것이라 예상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니 집구석 어딘가에 박혀있을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뜨개바늘을 찾아보고 싶어지기는 했다. 며칠 전 자수스티치 도안을 보며 바느질을 해 봤는데 솜씨가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름 모양은 갖춰지는 것을 보면서 바느질이나 뜨개질을 좀 더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생기고 있다. 시작할 수 있다는 장담은 절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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