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딸의 기억은 잎이 달린 당근과 딸기 아이스크림이 전부일것이다. 할머니가 우리를 들여보낸 그 흙이 고운 밭은 전쟁이 끝난 후 할머니가 다시금 일구어낸 보금자리다. 그것을 딸에게 어떻게 가르쳐 주면 좋을지 생각하다 결국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지형이 바뀔 만큼 폭탄이 쏟아지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하나둘씩 죽어 가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아이와 자신은 늘 함께 있을 거라고 말한 뒤 죽은 엄마가 있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굶주림과 공포로 인해 생리가 멎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할머니는 그 모든 일을 경험한 뒤 다시 한번 그곳에서 땅을 일구어 살아왔다는 것을 딸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눈을 부릅뜨는 딸에게 전쟁은 까마득히 먼 옛날에일어났고 이것은 옛날 옛적 이야기라고 나는 언제쯤 딸에게 말해줄 수 있을까.
딸과 함께 반짝이는 수면 위를 나는 물총새를 보러 가서 이곳은 매우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이고 지금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자연호 속에서는 물이 끊임없이 솟아나고 있을 테니 후카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 없다고 나는 언제쯤 딸에게 말해 줄 수 있을까. 65-66


==========

오키나와의 역사에서 우리의 역사를 보게되는일이 많기는하지만. 알고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그걸 느낄때마다 충격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