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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링크 서점
서동원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2월
평점 :
당신의 인생이 책 한 권과 같다면... 마침표가 있는 것을 상상할 것인가 아니면 백지일 것이라 상상할 것인가.
사실 깊이 들어간다면 이것은 세계관과 관련이 있는 철학적 사유가 될수도 있겠지만 요즘의 내 상태로는 그런 심오한 사유보다는 그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한 권의 책 읽기가 더 좋다. 그래서 그냥 이 판타지 소설은 이게 말이 되는거야? 라는 생각없이 그냥 그렇게 어느 날 달토끼가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당연한 일인양 그렇게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가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다. 씁쓸한 맛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달달한 끝맛이 있다면 쌉싸름한 맛은 그 자체로 음미하기에 좋은 맛이라 생각해서인지 차가 아닌 주류인 것도 별 거부감이 없다. 내가 마실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달 드링크 서점의 무지개색 드링크 한 잔을 마실 생각을 하는 것처럼.
우연이 운명이 되는 곳, 달 드링크 서점은 바로 그런 곳이다. 달에서 왔다는 달토끼가 우연히 찾아 들어간 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고 그곳에서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어울리는 칵테일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 보통의 음료가 아니라 '이야기'가 담겨있는 음료는 그것을 마신 사람에게 미래를 보여주기도 하고 잊고 있었던 과거를 보기도 하고 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옴니버스 형식처럼 달 드링크에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가 에피소드처럼 이어지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을 엮어내는 줄기는 바텐더 문, 그와 함께 일하는 달토끼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다.
인생에서의 성공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배려하는 마음이라는 것은 나 자신의 욕구를 누르며 무조건 따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고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슬픔을 견디는 것은 힘들지만 마음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해 준다.
이 소설속의 이야기들은 그저 우연처럼 만나는 이야기들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에피소드들의 줄거리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이다. 우연이 운명이 된다,는 뜻을 떠올려본다면 딱 맞는 말이지 않겠는가.
한가지 스포일러를 꺼내보자면 프롤로그처럼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달토끼의 이야기는 시작이 아니라 결과인 것이며 바텐더 문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판타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의 만남이 우연이 아닌 운명인 것인데 527번 도서관 관리자인 문 앞에 힘센 달 토끼는 어떻게 나타나게 된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냥 그것이 운명인 것으로 받아들이련다.
달을 떠난 달 토끼와 527번 도서관 관리직을 떠난 문의 새로운 음료, 아니 새로운 이야기는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