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문이 있어요?
에즈기 베르크 지음, 오즈누르 손메즈 그림, 최진희 옮김 / 라이브리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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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읽은 '아주 약간의 너그러움'이라는 책에는 '오래되고 켜켜이 쌓인 마음 쓰레기 치우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었다. 내 마음을 알아채고 내 안에 쌓여있는 감정들을 부인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때로는 그 감정들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좋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마음에도 문이 있나요?]는 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 주는 그림동화책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림동화책은 역시 그림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책이기에 그림과 색감을 먼저 확인했는데 실물책을 보니 훨씬 더 귀엽고 밝은 느낌의 색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마음이 들어있는 비밀의 문 너머의 깜깜한 까만 색도 질감이 느껴지는 색칠이어서 무섭다기보다는 용기를 내어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을 끄집어내는 느낌을 주고 있어 또 좋다. 

어린이의 눈이 아닌 어른의 눈으로 보는 그림책은 이런 것에 더 관심이 기울어지지만 이 책은 그에 더해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좋아하지 않을수가 없다. 


알리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문이 있는데 그곳에는 알리가 꽁꽁숨겨둔 걱정, 불안, 두려움, 부끄러움, 긴장감, 설레임, 잔소리에 대한 짜증, 불편함, 답답함, 속상함 등등등 수많은 마음이 담겨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보니 비밀의 문이 열려있는데......


용기를 내어 들여다 본 비밀의 문 안에 쌓여있는 마음들은 사라져버리기도 했고 희미해져가기도 하고 예전의 나쁜 감정이 되살아나는 게 끔찍해 가까이 다가가기도 싫었지만 알리는 용기를 내어 불편한 마음과 마주하여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서 가만히 들여다보자 그 속에서 환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마음의 진짜 모습"들을 만나고 알리는 비밀의 문 안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이 바로 "오래되고 켜켜이 쌓인 마음 쓰레기 치우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 아닌가. 상처받은 마음이나 섣불리 드러내기 힘든 마음을 꾹꾹 눌러담는 것이 아니라 그걸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주는 치유가 얼마나 좋은지를 이렇게 귀여운 알리가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꽃밭에 누워있는 그림 하나로 표현하고 있다니.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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