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탄생 백주년 기념으로 그녀의 초기 심리소설 16편을 실은 작품집이다. 물론 2020년에 초판이 나왔고 이제야 이 작품집을 읽게 되었으니 우리나라에 번역출판되기까지 2년이 걸린셈이다. 작가의 유명세는 익이 들어봤지만 단편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전체적인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면 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이 대단한 것인지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책에 실려있는 작품들을 읽을 때 뭔가 서서히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에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데 단편들이라 그런지 딱 그쯤에서 이야기는 멈춰버린다. 처음엔 좀 아쉬운듯한 단편인데? 라는 생각을 했는데 글로 드러나는 확실한 결과물의 결론보다 이 이야기들이 흘러가게 되는 진행방향을 상상해보는 것이 더 놀랍고 다양하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니 비로소 단편심리소설의 묘미를 느끼수 있게 된다. 

아마 첫번째 수록된 단편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을 읽으며 이야기의 구성보다 수녀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어낸것이 아닌가라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느라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고로 멋진 아침, 모빌항구에 배가 들어오면... 작품들을 읽다보면 요즘 뉴스에서 접하는 사건사고들이 떠오르고 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듯한 느낌에 자꾸만 어떤 끔찍한 사건들이 터지기 직전의 느낌을 갖게 되기 시작하니, 이것이 심리 스릴러인가 싶어진다.


'시드니 이야기'처럼 동물우화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범죄 사건에 희생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결국은 여성과 관련된 범죄가 연상되는 이야기들이라 작품집의 이름을 '레이디스'라 한 것일까 싶기도 하고.

'최고로 멋진 아침'은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힐링을 위해 전원생활을 찾은 남자가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며 생활하지만 그곳에서 친구가 된 여자아이와 시골탐험을 하며 즐거움을 만끽하는데 마을에 떠도는 소문, 한순간 뒤바뀐 관계의 표현이 아름다운 전원생활을 순식간에 범죄의 분위기로 바꿔버린다. 

'엄청나게 친절한 남자'의 경우 일촉즉발의 순간에 엄마가 아이를 찾으며 아무것도 아닌 에피소드처럼 끝이 나지만 그 과정의 긴박감이 아동납치같은 범죄를 떠올리게 하는 긴장감을 갖게 한다. 이와 반대로 '영웅'은 착하기만 한 루실의 광적인 집착이 엄청난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번째 읽기에서는 줄거리와 이야기의 진행과정에서 드러나는 불안의 원인에 집중을 했는데 책을 다 읽고난 후 정리를 해보기 위해 책을 슬쩍 들춰보니 처음의 느낌에 더해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에 대해 관심이 가게 된다. 범죄에 대한 불안만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와 환경, 선입견 같은 것들이 세상의 모습을 얼마나 다르게 보여주고 있는지. 그래서인지 시간차를 두고 레이디스를 다시 읽는다면 또 다른 무엇인가를 느끼고 깨닫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