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원작의 유명한 대사들을 살리면서 동시에 내가 만든 대사들도 그의 대사들과 잘 어울리게화려한 수사와 비유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대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생긴 문어체와 같은 뉘앙스 역시 조금은 살려보고 싶었다. 셰익스피어의 진의를 전달하기 위해 그의 언어를 공부하고 분석하는것이 아니라, 내 의도대로 셰익스피어 선생님을 이용해 먹기 위해(?) 그의 작품에 접근했다. 인물에 동화되어 연기하는 메소드 연기 방식처럼, 세 선생님의 화법에 동화되기 위해 <한여름 밤의 꿈>을 포함한 5대 희극이 담긴 희곡집을 펼쳤다. 그리고 그의 말투를 하나씩 훔쳐나가기 시작했다.
흉내 내는 글쓰기는 고통스러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어쩐지 셰 선생님도 썼을 법한 표현이 내 손에서나올 때는 혼자 감탄하기도 했다. 티볼트의 ˝그럼 찬란한 여름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걸 알리는 화창한 4월의 날씨도 백작보다 더 상쾌하지는 못할걸? 패리스의 얼굴을 잘 봐둬. 그 친구의 얼굴은 아름다운 펜으로 그린 명화 같다니까.˝ 이 대사는 원작의 캐플렛 부인이 패리스 백작의 외모를 펜으로 그린 명화 같다고비유한 대사에 살을 덧붙인 표현이었다. 원작의 대사들과 내가 만든 대사들이 한데 섞여 한 접시에 담길법한 그럴싸한 음식이 되는 장면을 만들고 나면 흡족함에 여러번 혼자 대사들을 음미해보기도 했다. 또두 연인이 사랑에 빠져 세상에 있는 온갖 미사여구를끌어다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희극적인 장치들을 배치하면서 낄낄대기도 했다.
특히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를 ˝당신의이름은 왜 줄리엣인가요?˝로 변주하면서 가장 큰 쾌감을 느꼈다. 원작의 줄리엣은 원수의 이름을 가진 로희극이 담긴 희곡집을 펼쳤다. 그리고 그의 말투를 하나씩 훔쳐나가기 시작했다.
흉내 내는 글쓰기는 고통스러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어쩐지 셰 선생님도 썼을 법한 표현이 내 손에서나올 때는 혼자 감탄하기도 했다. 티볼트의 ˝그럼 찬란한 여름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걸 알리는 화창한 4월의 날씨도 백작보다 더 상쾌하지는 못할걸? 패리스의 얼굴을 잘 봐둬. 그 친구의 얼굴은 아름다운 펜으로 그린 명화 같다니까.˝ 이 대사는 원작의 캐플렛 부인이 패리스 백작의 외모를 펜으로 그린 명화 같다고비유한 대사에 살을 덧붙인 표현이었다. 원작의 대사들과 내가 만든 대사들이 한데 섞여 한 접시에 담길법한 그럴싸한 음식이 되는 장면을 만들고 나면 흡족함에 여러번 혼자 대사들을 음미해보기도 했다. 또두 연인이 사랑에 빠져 세상에 있는 온갖 미사여구를끌어다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희극적인 장치들을 배치하면서 낄낄대기도 했다.
특히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를 ˝당신의이름은 왜 줄리엣인가요?˝로 변주하면서 가장 큰 쾌감을 느꼈다. 원작의 줄리엣은 원수의 이름을 가진 로미오에게 이름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 그 이름을 버리라고 하지만, 이 희곡에서 줄리엣은 당신의 이름에 포함된 모든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겠다고결심하며 이름 그대로 존재하라고 말한다. 또 원작에서 이름은 가문을 뜻하지만 <줄리엣과 줄리엣》에서는성별과 성정체성을 포함한 줄리엣 몬테규 그 자신을상징한다. 각도를 약간 틀어 만들어낸 대사들이 원작과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선명한 공통점을 드러내주기도 했다. 같고도 다른 지점들이 생겨날때마다 매우 신이 났다. 마치 세 선생님과 함께 흥미진진한 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외람된 말이지만 글을 쓰는 내내 어떻게 하면 셰익스피어 선생님의 이야기를 빌려 내 것으로 만들까 궁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열심히 써먹어 보려고오래도록 대본을 바라보다 보니 이전에는 발견하지못한 반짝이는 말들과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에 새롭게 감복할 때도 많았다. 공연을 본 후관객들이 셰익스피어의 대사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거나, 역시 셰익스피어는 위대하다는 평을남길 때마다 속으로‘거봐요. 선생님께도 좋은 일이죠?‘ 하고 중얼거렸다.
내 생각에는 셰 선생님도 내 마음을 알아주실 것 같다. 선생님께서도 이미 오래전에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드셨으니까.
그 이야기는 이탈리아 이야기집에 실린 이야기라고도 하는데, 혹시 모른다. 셰선생님이 들은 이야기가이름이 같은 두 여성의 사랑 이야기일지도.


오래도록 대본을 바라보다보니 이전에는 발겮 못한 반짝이는 말들과 인간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에 새롭게 감복할 때도 많았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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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3 1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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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3 2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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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4 1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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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4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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