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화에서 빛과 미의식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라는 말은 도스토옙스키의 미의식을 대표하는 경구(警句)다. 이 미(美)라는 개념을 문자 그대로 아름다움의대상 자체를 다루는 미학적인 관점으로만 생각한다면 해석의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이 경구에서 도스토옙스키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러시아정교회에서 이야기하는 ‘러시아 정신 (Russkaya Dusha)‘이자
‘신적 본질‘이기 때문이다.
신성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것이고, 그러한 아름다움은 바로 빛속에 반영되어 있다. 하느님은 존재하는 모든 것 위에 성스러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한 줄기 빛이다. 그리하여 도스토옙스키가 말하는미는 빛의 은유이고, 이 빛이 러시아를 구원하는 것이다.
경구는 ‘빛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그 빛은 러시아정교회에서 말하는 초월적 성스러움의 신적 본질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천상의 ‘빛‘은 지상의 ‘불‘과 서로 상응하는 물질적 정신적 요소다.
동토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러시아인들은 ‘불‘ 없는 삶을 생각할수 없다. 불과 빛은 인간과 모든 생명체에게 끊임없는 순환과 재생의 상징적인 힘을 제공한다. 그들에게 불은 ‘생명의 빛‘이요 ‘구원의빛‘으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이전 고대 러시아인들이 숭배하는 최고의 신은 태양신이었다. 태양은 세상의 모든 빛과 불의 근원이다. 태양 ‘빛‘
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사랑은 그리스정교수용 이후에도 계속됐다.
‘빛‘은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신‘을 상징한다. 그들에게 ‘빛신‘이라는 절대적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이 명제를 진실로 받아들인 이후, 신의 아름다움은 ‘빛‘의 아름다움이라고 인지한 것이다. 그리하여 ‘빛‘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움과 연결된다. 궁극적으로 러시아인들의 의식 속에서 ‘빛‘은 삶 그리고 생명과연관된 아름다움의 전형이다. 이러한 미의식은 도스토옙스키에 의해 코레조의 <거룩한 밤>에서도 확인된다.
도스토옙스키는 시베리아에서 풀밭에 누워 검푸른 창공에서 빛나는 별을 바라보기를 좋아했다. 이는 그에게 우주와 일체가 되는 신비한 종교적 경험이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주인공 알료샤역시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빛 찬란한 우주와의 합일을 체험한다. 110







아름다움에 대한 담론은 옛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었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에미(美)는 영원한 화두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은 ‘종합적 생활 감정의이해 작용‘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는 러시아인들이 생각하는아름다움에 대한 종합적 정의가 잘 표현되어 있다. 그의 중심적인예술관 중 하나가 이상적인 미에 대한 개념의 문제다.
『백치』의 주인공 미시킨 공작의 생일에 아마추어 법률가인 레베제프는 미시킨에게 "어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이 문장은 『백치』를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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