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김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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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새벽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날따라 오후 늦게 두 잔째 커피를 마셨고, 또 그날따라 업무와 관련하여 상급자의 부당한 말에 대해 대꾸하기를 포기해 스스로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인 마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참에 가까이 있는 책을 집어들었고 혹시나 잠들 수 있으려나 기대를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출근해야하는 것을 잊을만큼 책의 내용에 빠져들어버렸다. 그날따라 나의 상황에 대한 위로를 전해주는 듯, 따뜻한 조언을 해 주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별일아닌 듯 툭툭 털어놓는 로우먼의 이야기는 내 마음에 쏙쏙 박혀들었다. 마침내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 어린 시절 나무타기를 해보지 못한 것이 그렇게 아쉬울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활동은 모든 아이에게 생명의 근원인 숲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럼, 나무 타기부터 시작할까?"(454)


나는 특별히 '여성' 과학자라는 말을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과학자'라고 표현을 하는데 이번만큼은 특별히 '여성과학자'인 마거릿 로우먼에 대해 말하고 싶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고 여러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못하는 그녀가 별일 아닌 듯이 이야기하는 내용에는 식물표본을 만드는 기본도 모르지만 과학대회에 나가 상을 받고 - 그녀가 대회장에 간 날은 그녀의 아버지가 기름값을 할인하지 않는 날 주유를 한 유일한 날이었다. 훗날 그녀가 출장을 가야할 때마다 그녀의 아이들을 돌봐준 어머니까지 그녀의 부모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 아닐까. 물론 그녀의 시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며느리의 역할과 책임은 농장을 이어받을 대를 이어 줄 남자아이의 출산과 양육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는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 환경을 떠나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한시적인 교수직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녀는 지적망명을 위해 이혼을 하고 미국에 정착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화가 나는 것은 로우먼이 회의에 가서 커피 심부름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교수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아야했고, 능력과 업적이 우수함을 결과적으로 입증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직으로 내쫓겨야했다는 것들이다. 아마도 한밤중에 더욱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은 이런 부당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밤새워 책을 다 읽어버리게 한 것은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보다 그녀가 결국 이뤄낸 수많은 성공과 나무에 대한 애정, 지구의 생태 숲을 지키려는 그 열정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유칼립투스는 코알라의 먹이가 되는 좋은 나무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에티오피아에서는 환경을 망가뜨리는 외래종이다. 지역의 숲을 지키기 위해 무조건 막거나 없애거나 포기하거나(!)의 결과가 아니라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생태계 보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자산은 신뢰 구축"(397)이라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지구도 살리고 숲도 살리고 지역민들도 살리고 교회도 살려내는 모두가 윈윈윈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진정으로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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