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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갑판장이 좋아, 내가 좋아?"
얼마 후 앙리가 에티엔에게 물었다.
"난 너희 둘 다 좋아"
에티엔이 대답했다.
"그건 나도 알아. 그래도 누가 더 좋아?"
그때 꼬마 갑판장은 일곱 살, 꼬마 앙리는 여섯 살이었다. 둘은 에티엔이 식사를 하고 있는 식탁 앞에 나란히 서서 에티엔을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티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의자를 밀어낸 다음 두 꼬마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윽고 그는 한 손으로 꼬마 앙리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동생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손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들어올린 다음 아이들의 손가락이 뒤엉키도록 힘주어 맞잡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아이들의 손가락 사이로 밀어넣었다. 그러자 아이들도 제 손가락을 그의 손가락 사이로 밀어넣었다. 질베르 삼촌이 문간에 서서 빙그레 웃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 이제 자기 손가락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볼 사람?"
에디엔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다 뒤섞였어"
앙리가 대답했다.
"자, 정답입니다. 앙리 씨께서 답을 맞춰주셨어요."
"무슨 뜻이야?"
루시앵이 물었다.
"내가 너희 둘을 이어주었다는 뜻이란다."
꼬마 갑판장은 형을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꼬마 앙리도 에티엔을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우릴 똑같이 좋아한다는 뜻이야?"
꼬마 앙리가 물었다.
"아주 똑같이"
에티엔이 아이들의 손가락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대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