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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열쇠 - 역사에서 지워진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이야기
브라이언 무라레스쿠 지음, 박중서 옮김, 한동일 감수 / 흐름출판 / 2022년 6월
평점 :
이 책을 꼼꼼하게 잘 살펴보며서 읽었다고 할수는 없다. 사실 혹시나 싶어 바티칸 도서관 웹사이트를 열어보기는 했지만 - 디지털화되고 있다고 하니 사진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했지만 페이지가 쉽게 열리지 않는다. 불과 십여년 전 로마에서 유학중인 신부님 덕분에 바티칸 문서고를 지나치며 보기는 했지만 그곳은 일반 사제조차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만 해도 우리나라 관련 문서는 얼마나 공개되었을까라는 것만 관심이 있었는데 예상치못하게 베르길리우스의 삽화라니.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불멸의 열쇠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가톨릭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가톨릭의 몇가지 전통 전례를 따라가다보면 내가 알고 있는 가톨릭 고유의 전례라기보다는 지역적으로 전해내려오는 제례나 축제의 변형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불멸의 열쇠는 그런 내용을 조금 더 깊이 정리해놓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글의 시작이 약물에 대한 것이라니. 도대체 키케온과 성찬의 예식은 무슨 관계인것일까?
온갖 자료의 증빙과 꽤 논리적인 추론의 과정을 거치고 저자 스스로도 놀랍게 생각하는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는 솔직히 내게는 쉽지 않았다. 하나의 가십거리처럼 - 그러니까 다빈치코드라는 소설의 상상력으로 치부해버릴 수 없는 저자 브라이언의 글들은 내게는 좀 버거운 논문같은 글이었다.
키르케의 키케온으로 시작하여 디오니소스의 포도주로 바뀌어가는 지리 문화적인 고대의 증거들과 고대의 제례에서 행해졌던 여사제의 존재와 역할이 이후에 마녀로 변질되며 제례에서 여성을 배제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대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 물론 신화를 포함해서 - 현시대에서 발견한 자료들을 통해 유추하고 유추한 논리적인 결론을 증며할 수 있는 또 다른 역사적 자료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사실과 진실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떤 조사든 진지하게만 이뤄진다면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562) 라는 바티칸 사서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엉터리라고 치부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그거야말로 미치도록 어리석은 이야기인 것 같다"(584)라고 말하는 비밀문서고 사서의 이야기 역시 무시할 수는 없는 이야기이다.
책을 다 읽고난 후에야 무심히 넘겼던 서문과 감수자의 글이 마음에 쏙쏙 박히고 있다. 특히 한동일 감수자의 "어떤 부분에서는 고개가 숙여지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지나친 비약이나 상상이 작용한 듯해 불편하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교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자 본인이 십수년간 연구하고 경험한 산물이니 설령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해도 '그의 생각'이라 여기며 그대로 따라 읽어 내려가 보면 좋을 듯하다"라는 말은 더 그말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브라이언 무라레스쿠)의 생각인 것이지 이 한 권의 책이 곧 역사의 기록인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