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사물들 - 일상을 환기하고 감각을 깨우는 사물 산책
김지원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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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구용품을 좋아한다. 쓰는 펜과 메모지, 노트가 넘쳐나는데도 늘 새로운 것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또 구입하고 만다. 필기구는 필기감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눈에 띌 때마다 색깔이 있는 색펜을 하나씩 구입하고 있어서 필기구통만 두세개는 된다. 여러 색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사용할 때는 선호하는 색펜을 써서 겨우 한번 꺼내 쓴 펜도 있고 많이 사용하는 건 두세개씩 있는 것도 있다. 같은 색펜이라고 해도 회사마다 제품마다 약간의 색감의 차이가 있고 굵기에 따라 촉감이 다르기도 하고 사용용도에 따라 반드시 수성펜으로 써야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게으른 나는 늘 책상위에 대여섯개의 펜을 놓고 사용한다. 날마다 쓰는 펜을 꽂아놓지 못하고 책상에 펼쳐놓고 있는 것이다. 이건 누군가 내가 평소 너무 애정하며 사용하던 펜을 내 필기구함에서 꺼내 갖고가버린 이후 생긴 습관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또 눈에 들어오는 건 다양한 연필꽂이들. 사실 지금까지는 사용하지 않는 머그컵이나 디자인이 이쁜 과자통을 이용해 실용적으로 사용했었는데 꺼내기 쉽게 디자인 된 것도 있고 트레이처럼 펜을 펼쳐놓게 된 것도 있고 갖고 싶은 것들이 또 마구 생겨나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내가 좋아하는 문구이야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가 싶겠지만 '우리가 사랑한 사물들'의 이야기와 큰 맥락에서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사물에 대한 취향, 실용성뿐만 아니라 미적인 감각에 더하여 그 사물에 대한 사유에서 철학이 생겨나기도 한다. 미니멀 라이프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없애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든 작은 것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듯. 내게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월간 오브제의 첫 번째 나무가구인 [리틀 북레스트]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읽던 책을 엎어놓더라도 눌리는 자국이 없겠고, 서너권의 책을 뒤적거리며 읽을 수 있게 만들어진 자그마한 가구는 머리맡에 두고 쓰면 정말 좋겠다,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어도 좋지만 그냥 마음이 내킬 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부터 읽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순서없이 읽지는 않는 성격이지만 그런 경우 전체를 먼저 대충 훑어보기라도 하는데 이 책은 담겨있는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고 있고 '내'가 사랑한 사물에 대한 상념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공감이 되는 건 "삶을 예찬할 수 있는 예술의 힘"(252)이라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살림도구도 하나의 장식품처럼 공간을 멋지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가장 좋았던 것은 '생의 감각'인데 아무래도 식물도 좋아하고 채집한 식물로 멋진 장식을 한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아름다운 꽃꽂이가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멧밭쥐 둥우리를 주워 장식으로 사용했는데, 비바람이 친 다음날 출근할 때 가끔 커다란 녹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새둥지를 발견하곤 하지만 눈치보며 차마 들고 오지 못했었는데 다음에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 갖고 와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책은 읽는 것이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이 책은 또한 하나의 사물로써 내 맘에 드는 물건이 되었다. 


"독서의 즐거움은 책의 서문을 읽기도 전에 찾아온다. 편안하게 책읽을 시간을 마련했다는 뿌듯함, 괜찮은 책 한 권의 묵직함에 기댄 안락함, 책 속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보충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즐거움. 첫 장을 다 읽기도 전부터 이미 한 권을 다 읽은 것 같은 만족감을 넘어선 포만감마저 느끼며 감각 충전으로 충만할 것임이 분명하다. ...... 분명한 건 이 휴식과도 같은 사물이 허락한 시간을 우리는 늘, 어디서든 찾으려 애를 쓸 거라는 것이다."(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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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2022-04-22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저도 필기구랑 노트 엄청 좋아해요. 모나미153볼펜 같은 건 절대 안쓰구요 ㅎㅎ

치카님도 멧밭쥐 둥우리를 아시네요? 전 책에서만 봤어요. 멧밭쥐의 귀여운 모습도 실제로는 못 봤어요. 보셨다면 부럽네요^^

건강은 좀 어떠세요? 관리 잘 하세요.

chika 2022-04-23 06:00   좋아요 0 | URL
ㅎ 문구덕후들이 많을꺼라 생각해요.
멧밭쥐 둥우리는 책의 저자가 발견한건데 제가 글을 제대로 안썼나봐요. 저자 역시 멧밭쥐는 어디로가버렸는지 모른다고. .. 걔가 그리 귀엽습니까? 보고싶어지네요 ㅎ
하루하루 소중히 지내야하는데 늘 게을러서 큰일이구만요. 그래도 날마다 새롭게 마음다잡고 운동을 시도하고는 있습니다. 모두 건강해야죠. 로자님도 건강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