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서 바라본 뭍은 아주 작더라. 거기서 들리는 소리도 아주 작았어. 의아할 정도였지. 어째서 나는 저 작은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세상의 전부인 듯 매달렸을까? 어째서 곤충의 윙윙거림처럼 작은 목소리들에 일희일비하며 괴로워했을까? 그제야 깨달았어. 사람의 일이란 그처럼 작은 거라는 걸. 내가 생의 한 토막을 내어줬던 일도, 거기서 비롯된 좌절도, 달빛과 바닷물에 녹이고 나니 그저 한 방울이었던 거야.
- P82
눈부신 수평선 속으로 점마저 사라졌을 때, 그녀 앞에 남겨진 길고도 지난한 여정에 대해 내가 바란 한 가지는 이것뿐이었다.
오늘을 후회하지 말 것. 눈물도 부끄러워하지 말 것. 바로 지금처럼, 닫혀 있던 문을 열며 다닐 것. 열린 가슴속으로 세상의 모든길들이 들어와, 나아갈 곳을 알아서 인도해줄 테니,
- P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