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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 -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3월
평점 :
그림을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언젠가 샤갈전을 한다고 해서 미술관을 찾았던적이 있다. 사실 그때 처음 들어 본 호안 미로 라는 작가의 작품도 같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림을 보는 순간 그냥 즐거움이 뿜어져나오는 느낌이었다. 어떤 그림인지 몰라도 그냥 느낌만으로도 즐거움이 전해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샤갈의 그림은 또 사랑이 느껴지는 듯한 마음이었다. 그러니 그림을 통해 연민과 공감 때로는 치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체험으로 이미 와 닿은 것이어서 '마음챙김 미술관'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림을 또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 뿐 아니라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기도 했다.
마음챙김 미술관은 4개의 장으로 되어있는데 선택, 관계, 자아, 행복의 키워드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내 삶에 있어서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나 자신은 사라져버리고 타인만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트라우마와 부정, 트라우마로 자신을 괴롭히며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마지막장에서 덜 불행해지는 연습,은 비교하지 않는 나 자신의 현재에 대한 만족과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는 자기 신뢰의 힘의 위대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 집중하게 된다.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화가들에 대해서는 이미 유명해서 화가의 삶과 작품에 대해 아주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도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깊이 들어가 삶과 작품의 일치된 모습에서 화가들이 보여주는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 좋았다.
아르테미시아 젠텔레스키의 경우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에 그림을 같이 그릴 수 있었으며 아버지가 평소 그녀가 최고의 화가라 칭찬했음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그녀의 강렬한 그림들과는 또 다르게 아버지의 그림에 그녀의 붓칠이 더해진 <평화와 예술의 알레고리>를 바라보게 한다.
어머니 건강이 나날이 안좋아지기 시작하고 고령이라 이제 서서히 언젠가 닥쳐 올 죽음이라는 주제가 조금씩 현실처럼 다가오기 시작해서인지 뭉크의 작품들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예전에는 그의 불행한 가족사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을 갖지 못했었는데 자신의 불안과 상처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드러내면서 "불안이 자신을 괴롭히는 족쇄가 아니라 자신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닫고, 그 안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통해 성장해 나가기를 선택했다"(202)는 이야기는 자신에게 닥친 모든 것을 삶의 일부라 여기며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에 대해 나 역시 배워야 하는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프리다 칼로의 삶에 대한 열정 역시.
그래도 역시 개인적으로 지금 현재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모드 루이스의 그림들이다. 이렇게 밝고 화사한 그림을 그린 사람은 평범하게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만 같은데 객관적인 상황으로 따지자면 그녀는 불행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커다란 그림을 그릴수도 없지만 자신의 기억에 상상력을 더하여 작지만 멋진 그림들을 그려냈다.
'마음챙김 미술관'은 순서 상관없이 만나고 싶은 나 자신의 모습과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그림이나 화가, 주제를 찾아 읽으면 되는 책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지금 다시 책을 들고 모드 루이스의 그림을 펼쳐 볼 것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나 자신의 삶의 태도는 '최상은 어렵지만 최선은 가능한 삶의 충만함을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