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리보칭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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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봐야겠어! 라는 결심을 먼저 한다. 그리고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또 꼭 봐야겠다는 생각도.

그래드부다페스트호텔의 오마주, 셜록홈즈의 오마주, 괴도 루팡의 오마주 심지어 화양연화에 나오는 양조위까지. - 차마 알콜중독 대신 비만이 된 해리홀레를 연상할수는 없어서 경찰에 대한 오마주는 바로 떠올릴 수가 없지만. 아무튼.

이야기의 처음 시작부터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오마주의 코믹 버전인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유머감각이 넘쳐나는 것은 일관되지만 가볍게 읽는 코지 미스터리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서 새로운 사건, 새로운 인물, 새로운 사실들이 화자를 바꿔가며 살인사건의 현장을 되풀이 해 보여준다. 이건 뭐지? 하는 순간 또 다른 이야기의 전개가 치고 올라온다. 방심할 틈 없이 흥미진진하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이다. 친구의 약혼식 참석을 위해 캉티뉴쓰 호텔에 간 푸얼타이 교수는 뜻하지 않은 살인사건 현장에 있게 된다. 호텔의 사장인 바이웨이더가 출입구가 하나뿐인 산책로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다. 출구는 CCTV로 감시되고 있고 반대쪽은 낭떠러지에 앞쪽은 호수로 막혀있으며 바이웨이더가 산책길로 들어가기 전후로 그곳을 지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고 호수쪽으로도 외부인의 접근이 전혀 없었다고 관리소에서 증언하고 있어 이 사건은 밀실살인사건처럼 미궁에 빠져버린다. 그런데 사건 현장에 날개가 부러져 떨어져있는 아기새를 통해 푸얼타이 교수는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고 범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인 줄 알았는데 푸얼타이 교수가 지목한 범인이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된다. 그것도 그가 절대 범인일 수 없다는 증거를 갖고.


푸얼타이 교수의 멋진 추리 한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구나, 하고 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이 빈틈없어 보이는 추리에 헛점이 있단말인가. 명쾌한 해결에 감탄하다가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이어받는다. '이게 끝일 줄 알았지? 하며 놀리는 것만 같다. 뤄밍싱 경관이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제 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끝까지 방심하면 안된다. 잊지마시라. 끝까지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을. 그리고 마지막은 유머로 끝이 나버린다. 권선징악의 구조도 아니고 살인범을 찾는 명쾌한 추리소설도 아니고 서사 가득한 사회파 미스테리도 아니다. 그런데 어떤 측면에서는 또 그 모두가 맞다고 할수도 있다. 그래서 재미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비유를 들자면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진중함과 코믹함을 동시에 보여주지만 그 모든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김남길의 분신인 신부님을 보는 듯 하달까. 

열혈사제가 그저 재미있는 B급드라마를 보는 것 이상이었던 것처럼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의 이야기 역시 재미있는 소설 그 이상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옳고 그름은 원래 흑백이 분명히 나뉘는 것이 아니고, 정의의 검도 영원히 빛을 발하는 것은아니다. 배신죄를 저지른 자본가의 선택이 수백 명 직원들의 생계를 위함일 수도 있고, 비참한 처지에 몰린 피해자가 가장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 모든 행동에는 동기가 있고, 모든 동기는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는 결과도 있다. 성인이라면 그 행동의 결과에 책임져야 마땅하지 않은가?"(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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