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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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트라키아족과 게타이족의 평정심,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들의 자유로운 정신, 『일리아스』에서 레소스 왕의 황금무기와그의 눈처럼 희고 바람처럼 빠른 말들을 휘감았던 빛나는 광채를 증언해준다. 이 평정심은 죽음과 친밀하고, 삶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게만드는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생겨난다. 트라키아인들은 인간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는 탄생을 슬퍼하였고, 인간을악에서 해방시키거나 축복으로 인도하는 죽음을 찬양했다. 게타이족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감옥에 가거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자유롭게 죽음을 선택했다.
이런 평정심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자연의 숨결에 내맡김으로써 스스로를 나뭇잎 같다고 느끼며 나뭇잎처럼 자라났다가 떨어지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에서 나오는 걸까, 아니면 영원불멸에 대한 믿음 즉 죽음과 더불어 숨겨진 신 잘목시스 옆에서 영원한 진짜 삶이 시작된다는 확신에서 나오는 걸까? 잠자다가 공격당해 죽은 레소스를 휘감고 있는 황금빛과 흰빛은 밤의 학살이 상처내지 못했던 신념, 그의 적들의 자손인 호메로스가 천년 동안 다시 빛나게 해준 신념의 아우라다. 트라키아 기사는 신념 있는 인물이고 죽음도 그에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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