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3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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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는 빛인 줄 알았다. 흔히 그렇게 파생되어 루시라는 이름을 갖곤하니까.

그렇다면 루시의 삶과 그녀의 존재가 빛과 같은 그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려나, 싶었다. 

하지만. 그러니까 이야기와 전혀 상관없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누군가의 이름이 루시여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 이 책이 맘에 들지 않았는데 역시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쓸모없는 것임을 깨닫는다. 


서인도제도의 영국령 앤티가섬에서 태어난 루시는 더운 날씨만 계속되는 고향을 떠나 뉴욕에 정착을 하며 부유한 가정의 보모로 들어간다. 부자들은 4계절이 뚜렷한 지역에서 행복하게 지내며, 빈방을 한개쯤은 갖고 있으며 물건이 너무 많아 자꾸만 비워내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에 집중을 하다가 문득, 과연 루시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일까 싶다. 


"나는 세계 끝자락에서 태어난 여자애였고 고향을 떠나는 내 어깨에는 하인의 망토가 둘러져 있었다"(78)


식민지의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그 작은 나라의 비옥한 곳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아들들만 바라보는 엄마의 곁을 떠나 대도시의 상징인 미국의 뉴욕으로 떠나 그곳에서 머라이어의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로 지내며 부유층의 삶을 간접경험한다. 물론 머라이어에게서 엄마의 손길을 느끼기도 하며 엄마와 함께 하고 싶었던 것들을 떠올려보기도 하지만 그 마음이 똑같지는 않다. 당신과 가장 닮은 나인데도 남동생들에게만 애정과 관심을 쏟는 엄마,와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떠나왔지만 소설의 첫부분에서부터 루시는 내내 엄마를 떠올린다. 머라이어와 전혀 다르지만 그녀에게서 엄마를 떠올리고 엄마와 하고 싶었던 일들을 기억해내는 것처럼.


"그녀가 아름다운 꽃을 보는 그곳에서 나는 비통함과 원한만을 본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도 달라질 수 없었다. 우리가 그 장면을 똑같이 보고 함께 눈문을 흘릴 수도 있겠지만, 그 눈물의 맛은 다를 것이다"(29)


똑같이 보고 눈물을 흘리겠지만 그 눈물의 맛은 다를 것이겠기에 가난한 삶,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루시의 이야기가 온전히 나의 것이 될수는 없고 깊이 공감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그녀를 둘러싼 환경과 그녀가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는 이해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폭 13킬로미터 길이 19킬로미터의 작은 섬에서조차 다녀본 곳은 사분의 일밖에 안된다니. 그곳을 떠난후에 자신의 기억과는 달리 그 아름다운 섬,이라 기억하는 타인의 모습에서 나 역시 내 고향을 떠올려본다. 루시와 달리 나는 고향과 엄마품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지만, 아니 그래서 더욱 그 아름다운 풍경 안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의 고단한 삶에 더 집중하게 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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