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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의 어릿광대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1년 12월
평점 :
얼마만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인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만으로 무작정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첫장을 펼치면서 유가와 교수가 등장해주시니 오래전에 봤던 일드 갈릴레오가 떠오르면서 너무 반가운 마음이다. 아니,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유가와 교수의 등장만으로도 재미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니.
얼마전 티비에서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범인 검거율은 99%, 통계를 내면 지난해 잡지못한 범인을 올해 잡으면 범인 검거율이 100%를 넘기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제는 범죄소설을 쓰는 것도 쉽지않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 독자들이 DNA나 CCTV를 통해 왠만한 범인은 특정할 수 있고 이런 과학수사로 범인을 바로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범죄소설을 쓰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겠냐는 말이다.
마치 이 이야기를 들으며 소설을 쓴 듯 소설속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범죄현장을 훼손시키고 바꿔놓는다하더라도 경찰이 현장을 확인하고 과학수사를 하면 바로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을 하며 이제 범인 찾기는 그리 큰 의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탐정 갈릴레오의 존재는 범인 찾기를 넘어서 그 범죄의 인과를 밝혀주는 것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사이비 종교의 현혹에 대한 실체를 밝히는 현혹하다, 마술트릭의 과학적인 증명을 보여주는 투시하다, 연관이 없어보이는 사건의 연결고리를 통해 숨겨진 범죄를 밝혀낸 들리다, 갑작스러운 부인의 죽음이 의심에서 사랑으로 바뀌며 변화구에 담긴 물리학을 보여주는 휘다, 텔레파시 실험(!!)을 이용해 의심정황에서 범인을 찾는 단서를 잡아내는 보내다, 범인 찾기의 사실보다 우선시되는 사건의 진실에 집중하게 되는 위장하다, 아마추어의 트릭과 배우의 연기로 범죄를 숨기는데 성공한 듯 한 연기하다, 이렇게 7개의 단편이 담겨있는 허상의 어릿광대는 변함없이 탐정 갈릴레오인 유가와 교수가 멋지게 활약을 해 주시고 또 변함없이 구사나기 형사가 본인의 직무에 최선을 다해주시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스포일러를 피한답시고 대충 이야기의 흐름을 단적으로 표현했는데 전반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괜히 혼자 피식거리며 웃곤 했다. 병원에 가거나 모임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범죄에 휘말리게 되고 특히 갑작스러운 산사태로 경찰이 오지 못하는 범죄현장에 가는 상황들이 자꾸만 명탐정 코난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더 좋았다. 반전에 반전을 드러내는 치밀하고도 놀라운 추리소설의 재미는 말할것도 없겠지만 가볍게 읽으면서도 그 이야기의 의미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역시 내게는 너무 재미있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