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 그게 미래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야. 160 - P160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완전히 의존하기 조금 전에 시작됐다고도 할 수 있겠다. 당시 인간을 더욱강하게 만들기 위해 유전자 조작 기술을 활용했다. 처음에는 심각한 유전병 치료에만 사용했지만, 서서히 품종 개량 같은 측면이 대두됐다. 물론 함부로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됐지만 유전성 질환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예외 규정이 많이마련되자, 얼마 후부터 조금씩 다양한 디자이너 베이비가 태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키를 조금 키우는 정도라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살색을 하얗게 만든다, 코를 높인다. 눈을 파랗게 만든다. 머리카락을 금색으로 만든다, 근력을 증강시킨다. 지능을높인다 등등 제한 없이 개조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일단 규범에서 벗어나면 멈출 줄 모르고 폭주한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예를 들어 발이 작을수록 바람직하게 여겼던 옛날 중국에서는 여자의 발에 전족을 해서 걷지도 못할 만큼 발을 자라지 못하게 했다. 동남아시아의 한 민족은 목에 수많은 고리를 끼우고 강제로 쇄골을 내려앉혀 목이 길어 보이도록하는 풍습이 있다. 이러한 풍습은 근대 문명의 시각에서 보면 기이하게 느껴지지만, 각각의 문화에서는 어디까지나 정상이다.
- P171

"인공지능에 기생하다니, 인간으로서 부끄럽지는 않아?"
이미 부끄러움을 논할 단계는 지났어." 파리인간이 말했다.
"인공지능에 기생하지 않으면 기술이 없는 우리는 바로 사멸할걸. 더구나 인공지능은 원래 인류에 봉사하도록 만들어졌어. 우리가 활용하면 왜 안 되지?"
"확실히 그렇지만…….." 사부로는 어쩐지 석연치 않았다.
"너는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했어.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고, 동물조차 아니지. 단순한 도구야. 자동차나 공구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만큼이나 어처구니가 없어."
사부로는 자신이 기계인 인공지능에 왜 감정이입을 하는지 고민했다. 답은 간단했다. 인공지능이 마치 생물이나 인간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본질은 겉으로 보이는 행동에 있지 않다는 반론은 가능하다. 그러나 진짜 생물과 인간도 내면을 직접 볼 수는 없다. 그저 겉모습과 행동으로 내면은 이러할 것이라고 추측할뿐이다. 생물이나 인간처럼 행동하는 존재를 보면 내면도 생물이나 인간과 비슷하리라고 여길 만하다. 오히려 겉모습을 보고
내면을 추측하지 못한다면, 자신을 제외한 인간에게 내면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증명이 불가능하다.
아니, 반대로 인간에게 내면이 존재한다는 것은 증명할 필요도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정말로 순순히 믿어도 될까?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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