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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오르는 사람들 ㅣ 사람들 시리즈 1
장다영 지음, 최지규 외 그림 / 탐구인간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벽을 오르는 사람들'을 읽기전에 '벽'에 대한 세가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핑크플로이드의 '더 월' 음악과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와 '진격의 거인'이라는 일본 만화. 구체적인 상황과 그 의미는 다르지만 '벽'이 상징하는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긴 단어의 개념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테니.
아무튼 이미 과거의 역사가 된 베를린 장벽이나 현재에도 차별이 진행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분리장벽이나 멕시코-미국 국경장벽과도 또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벽을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어떤 이야기인지 짐작이 되면서도 책을 펼쳐보게 되는 것은 뭔가 또 다른 은유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때문이다. 사실 그림이나 글의 흐름이 뭔가 새로움을 기대했다가 예상했던대로의 내용이란 생각이 들어 술렁거리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는데, 벽 안의 사람들이 경계밖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원마저 빼앗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을 읽으면서야 '벽'에 대해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나 역시 일정부분 가장 바깥이 아닌 안쪽의 벽 안에서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계급과 계층만이 아니라 세대갈등과 역차별에 대한 부분들은 더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들이다.
'그림책'이라 되어 있는 것처럼 당연히 그림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데, 처음 그림을 볼 때는 단순화된 그림 표현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평면이 아니라 입체화된 것처럼 사람들의 움직임이 생동감있게 표현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단순함을 극대화한 것이 그림뿐 아니라 '벽'으로 상징되는 갈등을 단순화시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 책은 내가 인식하고 있는 갈등 상황에 맞게 더 다가오는 부분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자본의 독점에 대해서만 집중을 하고 있지만 다시 이 책을 읽어보면 또 다른 '벽'의 모습과 그 벽을 대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또 다르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아니면 책에는 없지만 담쟁이를 키우거나 벽에 열린 문을 만드는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