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병사 - 어느 독일 병사의 2차 대전 회고록
기 사예르 지음, 서정태 엮음 / 루비박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2차대전의 주범이고 유태인학살이라는 엄청난 일을 저지른 그들이기에 독일군,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었고 군인도 아니었고 단지 패배해야만 하는 나치일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독일 병사의 2차대전 회고록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이 회고록이 사상적인 내용이나 유태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기 사예르의 전장이 소련이었고 그곳에서 소련군과 전투를 벌였기 때문인것도 일정부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많은 것이 배제되었고, 기 사예르는 독일군으로 참전했지만 결국 프랑스군으로 분류되었고, 포로로 잡혔지만 포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은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짜맞춰보거나 그 의도를 생각해봐야하는 책이 아니라 느끼면 되는 것이이라.
프랑스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기 사예르는 독일군으로 2차대전에 참전하였고 전쟁터에서 겪은 처참함을 '전쟁의 참혹함' 자체로 표현해낸 것이 '잊혀진 병사'에 담겨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은 '독일'병사의 회고록이라기보다는 '전쟁'의 참혹함과 의미없음에 대해, 적나라하게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기록인 것이다.

사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자꾸만 뒤죽박죽 섞여버리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한가지는 전쟁은 어떤 이유로든 반대한다는 것이다.

적의 폭풍 같은 공격에 우리는 어디로든 도망쳤다. 그러나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적보다 강한 힘을 발휘해 승리의 영광도 누리지 못하는 영웅이 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히틀러나 국가 사회주의 또는 제3제국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심지어 폭격에 파괴된 도시에 있는 배우자나 어머니, 가족들을 위해 싸우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두려움 때문에 힘을 내 싸웠다. 죽음이란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우리는 분노에 힘없이 아우성 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수치스러운 이유로 싸웠지만 그것은 어떤 사상보다 강력하게 작용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것이다. 자신보다 훨씬 큰 인간과 마주친 코너에 물린 쥐처럼 우리는 모든 이빨을 드러내고 주저없이 싸웠다.(502)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적이 나를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적을 죽여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인 것인가?
내장이 터져나가는 참혹한 전쟁은 그 시작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리게 하고 그저 단순히 내가 살기 위해 적을 죽이는 살육의 반복만을 남겨버리고 마는 것이다.
철모 아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텅 빈 머리와 치명적인 위험에 맞닥뜨린 동물의 절망적인 눈과 같은 두 눈동자만이 있었다.(295)

잊혀진 병사의 이야기는 분명 모두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끔찍함을 떠올려보라. 그보다 더 끔찍하고 처참함이 담겨있다. 비극적인 개인사를 떠올려보라. 그보다 더 비극적인, 도저히 상상조차 못할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는.. 나는 그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프뢰슈의 이야기는 너무 비참한 결말로 이어져버려 한동안 멍할수밖에 없었다. 전쟁에 끌려간 노예였고, 노예처럼 비참하게 죽었지만 본인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짐작만이 단 하나의 위안일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너무 많이 멈췄었다. 피곤한 몸과 마음이 전쟁터의 끔찍한 이야기들로 더 힘들었기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조금씩 무디어져가는 내 마음을 느꼈다. 이런것에 익숙해지면 안되는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에도 나는 적응된 자세로 책을 다 읽었고 또다시 멍한 상태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독후감,이라는 것은 때로 고통스럽구나 라는 것을 느끼면서말이다.
분명 무디어졌고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전쟁의 참혹함은 그리 쉽게 무디어질 수 있는 느낌이 아니다.

나는 전쟁을 반대한다. 그 어떤 이유로라도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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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5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7-06-1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는 내 맘대로 하겠는데, 리뷰는 어쩌지 못하겠어요. 어쩔 수 없져... 마우스로 드래그해서 읽는 수고로움을 끼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