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기에 이 섬의 바람은 마치 배음처럼 언제나 깔려 있는 무엇이었다. 거세게 몰아치든 온화하게 나무를 쓸고 가든, 드물게 침묵할 때조차 그것의 존재가 느껴졌다.
특히 침엽수들과 아열대 활엽수들이 섞여 자라는 구간에서는, 수종에 따라 다른 속도와 리듬으로 가지와 잎사귀들 사이를 통과하며 형용 못할 화음을 만들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동백 잎사귀들이 매 순간 각도를 바꾸며 햇빛을 되쏘았다. 삼나무 줄기를 타고 까마득한 높이까지 감겨 올라간 단풍마 덩굴이 그넷줄처럼 흔들거렸다. 어디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동박새들이 신호를 주고받듯 울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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