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전봉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좀 단순하게 우리 건축의 목조건축과 석조건축에 대한 개괄적인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첫장을 펼쳐보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한국 건축 문명'이라는 제목이 허투루 붙은 것이 아닌데 말이다.
한번에 읽지 않고 날마다 조금씩 읽어서 그런지 전체적인 흐름보다 각각의 장에서 강조하고 있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전통 한옥이라는 개념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해보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건축은 생활을 담는 용기'라고 르 코르뷔지에는 말했지만, 동시에 '건축은 기억을 담는 용기'이기도 하다"(305) 라는 문장이 건축'문명'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깊이해보게 하고 있기도 하다.
그에 더해 한옥이라는 말의 기원도 우리 전통가옥을 한옥이라 지칭하는 것이 당연한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옥이라는 말이 쓰인 것이 근대이며 또한 조선의 건축 양식을 우리의 전통이라 칭할수도 없는 것이라는 것도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건축에 있어 한국전통의 근원을 찾는다는 것이 우리 고유의 것이라고만 할수는 없기에 - 문명이라는 것이 타지역에서 전해진 문화가 그 지역의 특색과 환경에 맞게 변형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굳이 그 기원을 거슬러가며 한국전통의 '기원'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만을 따라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건축의 재료나 형태라는 것이 한 지역의 고유한 형태로만 발전하는 것도 아니고 문화적인 부분에 지역의 특색까지 더해져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그런데 현대의 우리 주거문화에서 신발을 벗는 좌식 형태는 온돌문화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선의 궁중전례기록을 통해 예식을 하는 경우 신발을 신고 좌정을 했다고 하니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 사실 신발을 신고 좌정하는 건 엄청 불편했을텐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온돌바닥과 주택의 형태가 바뀌면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다시 그 문으로 나와야하기 때문에 방의 구조도 바뀌게 되고 정면에 신발이 너무 많이 놓여있으면 미관상 좋지 않아 측면이나 옆으로 출입문을 만들기 시작한 것 역시 단번에 이해가 된다.
제주지역의 주택과 온돌에 대해 잠깐 언급이 되는데, 잠수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온돌방에서 지내면 피부가 트고 몸이 축나 아프게 되는 경우가 많아 온돌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지에서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며 제주의 주거형태 역시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안거리 밖거리로 가족 생활을 유지하던 주거형태 역시 시대의 변화로 바뀌게 된 것을 떠올려보게 된다.
책을 읽고 이해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일뿐인 것 같고 주된 관심사만 기억을 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이 책의 내용을 읽었다고 말할수는 없을것 같지만 그래도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앞으로의 한국건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이라는 영향도 있으며 한국 고유의 문명이 융합되며 그것이 한국건축의문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모든 것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말의 진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천천히 다시 읽어보면 더 깊이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