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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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벌어진 사건, 에서 시작된 운명적 이야기라고 하지만 테러가 우연이었던가?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생각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인도라는 나라의 사회, 문화, 정치적인 상황을 제대로 모르지만 이것을 굳이 '인도의 캘커타'에 한정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히즈라를 모른다해도 세상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 - 현재까지도 차이가 아닌 차별로 구분되어지는 그들은 존재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오는 무슬림의 난민들에 대한 배척과 증오는 저 먼곳의 이야기만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가짜 뉴스에 쏠리는 대중들의 시선, 거짓 증언들, 양심을 저버리게 되는 부와 권력에의 향유...

왜 이 책을 21세기 찰스 디킨스의 등장을 알린 역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데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의 이야기로 읽히는 이 이야기들은 슬프다. 들판에서 허리를 굽혀가며 농사지어, 도시에서는 40루피에 파는 작물로 2루피를 벌며, 거짓으로 권력의 중심으로 다가선 그 누군가는 정부청사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544)


콜카타의 한 기차역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로 수많은 사상자가 생기고 온세상이 들썩인다. 그 배후와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몰려있을 때, 지반은 페이스북에 올린 자신의 글이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 올려서는 안되는 표현을 남겨버린다.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이 아닌가요?" 라는 말을 남기고 그녀는 기차폭파 테러범으로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체육을 가르쳤던 체육선생과 지반에게 영어를 배운 히즈라 러블리의 이야기가 맞물려 그들의 삶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는데...


어렸을 때 읽은 디킨즈의 소설은 그저 해피엔딩으로만 기억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본 그의 소설은 당대 사회의 부조리가 적나라하게 담겨있는 무거움이 담겨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선한 이들에 의해 우리의 주인공은 해피엔딩을 맞이하기도 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라고 기억한다. 그 해피엔딩으로만 기억하게 하는 '선함'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나는 콜카타의 세 사람이 좀 많이 힘들다. 


죄없는 이들이 국가폭력으로 희생되는 현실은 그들의 이야기만은 아닌데, 거짓 선동에 휩쓸리며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신성모독죄를 저지르는 파렴치한으로 몰아 죽임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저 먼 나라 인도의 콜카타에서 벌어지는 일일뿐이다, 라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자꾸만 콜카타,라는 지도상의 도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만 여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힘들기도 했다. 아니,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 누군가에게 내가 감히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방관자의 자세를 못 버리고 있다.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콜카타의 세 사람은 서로 얽혀있는 세 사람이 하나의 사건으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각자의 시선과 막간의 이야기를 통해 언급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상황에 대한 에피소드 한 문장만으로도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차별과 편견과 거짓,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매력은 그렇기에 읽을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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