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꿈을 지킨다
무라야마 사키 지음, 한성례 옮김 / 씨큐브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습관적으로 이 소설의 제목을 떠올릴 때 '마녀는 꿈을 잃지 않는다'가 먼저 떠오른다. 책을 다 읽고난 후에도 여전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다 '약속을 지킨다'에 익숙해서 그럴까, 라는 생각도 해보는데 뭔가 소중함을 지킨다가 더 맞는 감성인 것 같다.

어린시절부터 책을 좋아하는 서점 점원인 가나에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인간세상에서 함께 살고 있는 마녀 나나세의 우정과 일상의 감동을 그려낸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추억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진 이야기가 담겨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의 풍경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마녀특급배달 키키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가 있다. 상대적으로 어린(!) 마녀 나나세의 등장 역시 키키를 떠올리게 했지만 이 소설은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달토끼가 나오고 소멸되어 가는 수달과 늑대도 등장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말도 하며 움직이는 인형의 등장은 마법세계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것이 동화처럼 느껴지지는 않아서 이 느낌을 뭐라 표현해야할지 좀 난감하다. 


어둡고 우울한 생각에 빠져있는 가나에를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주고, 친구들이 괴롭힘에 움츠러들고 학교생활을 포기하려하는 소라야에게 소라야가 좋아하는 할머니를 위해 용기를 낼 수 있게 소원을 들어주기도 한다. 소원 한마디로 마법처럼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도 좋았다.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동화처럼 마냥 좋아할수만은 없는 건 전쟁의 아픔과 피해를 오롯이 일본의 것으로만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해서이다. 

책을 읽으며 잠깐, 간절한 소망, 꿈을 지켜내는 마녀들처럼 우리도 당연하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진심이 통하고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를 받게 되는 날이 올 것을 믿고 그 소원을 빌어본다. 


가나에와 소라야의 이야기를 빼면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영혼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우리의 현실에서 쌓여있는 응어리를 풀어내거나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통하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행복이 아닌 우리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