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을 잃은 내 시선은 다시 바닥에 고정되었다. 애꿎은 입술만 괜히 물어뜯었다.
"정신 차리라고, 프랑스에서 철도 파업은 엄청 흔한일이야."
이윽고 주문한 맥주 두 잔이 나왔다. 콜마르에 왔던 첫날, 누나가 추천해준 달콤한 맛이 나는 맥주였지만 어쩐지 쓴맛만 느껴졌다.
"꼭 열차로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
"…그게 무슨 말이야?"
"열차가 아니어도 된다고, 지금 당장 중고 자전거 하나 사서 자전거로 이동해도 되잖아. 자전거 중고로 사면 그렇게 비싸지도 않아. 걸어서 갈 수도 있고, 지나가는 차 붙잡아 탈 수도 있어. 유럽에선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아. 어디든 길은 있어, 수훈아. 잊지 마.
뭐든 시도해볼 수 있는 법이야."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러게 말이다. 나는 왜 내가 정해놓은 길 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여겼을까.
......
세상에, 생각지도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버렸다. - P182

1. 캐리어금지
2. 최소한의 짐만 챙기기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다.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이미 이곳에 준비되어 있다.

3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최선의 상황은 내가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그 에너지 주위로 좋은 사람이 몰릴 테니.
- P199

④ 시도하자. 시도를 안 해봤을 뿐이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른 시도를 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은 수없이 많다.

5.내가 가진 자원을 활용하자.
제이 누나가 해준 말이기도 하다. 자원이라 하면 내가 가진 재능을 말한다. 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할 줄 안다. 사지도 멀쩡하다. 설거지든 잡초 뽑기든 시키는 건 뭐든 다 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여행에서 활용할 수 있는나의 자원이다. 돈이 없으면 이 자원들로 재화를 대신하면 된다.
6. 절대 준비하지 말자.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갖는다." 만화가 신일숙 작가님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나오는 명대사다. 준비를 해도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 하는데, 하물며 여행이라고 다르겠는가. 이곳에 와서 가장 후회하는 것을 하나 꼽으라면, ‘너무 많이 준비하고 왔다‘는 것이다. 내가 준비했어야 하는 것은 딱 한가지였다. ‘다 된다‘는 마음 하나.
...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에 완벽이란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또한 계획에 없던 우연의 순간들이다. 이쯤되면 여행이란 우연의 합이 아닐까. 예측할 수 없었던 순간들은 평생 잊지 못할 의미가 되어 가슴속에 박혔다. 역시 여행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의미를 갖는가보다.
- P201

지금까지 여행길을 밟아오며 나 자신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단연코 ‘왜?‘였다. 나는 왜 이 돈과 시간, 에너지를 써가며 스스로를 낯선 땅에 던져놓은 걸까. 익숙한 것에서 멀어짐으로써 얻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누군가와 함께가 아닌, 왜 굳이 외로운 혼자를 택했던 걸까.
여행의 후반부에 오니 그 이유가 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 로망을 품은 막연한 시작이었지만, 낯선 나라, 낯선 언어, 낯선 사람을 만날수록 얻어지는 생각과 경험은 다채로웠다. 좋고 싫음이 분명해진 영역이 생겼으며, 타인의 삶을 통한 나의 모습을 반추해볼 수도 있었다.
‘자아의 확장은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구나‘가 확실하게 피부로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시작의 불씨는 아무렴 어떤 것이었다. 방아쇠를 당긴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는 꼴이, 꼭 태어났으니 살아갈 수밖에 없는 보통의 일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별한 숙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나를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사람들을 전보다 더 면밀히 바라보고 마음속에 담아두면 그만인 것, 그저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이즈음 내가 깨달은 여행의 정의였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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