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여자들이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그레고리가 반문했다.
"남자 요원들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하는 겁니다. 엘레노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뻔한 일을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비밀 메시지를 전하는 급사 역할부터 무선통신기 메시지를 해독하는 것 외에 파르티잔을 무장시키고 다리를 폭파하는 겁니다." 실제로 여성들은 아이를 돌보는 데서 벗어나 지역 의용군으로 활약하며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대공포 (항공기 사격에 사용되는 앙각이 큰 포 옮긴이)를 담당하고 비행기를 조종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자 요원을 프랑스에 보내자는 개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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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긍이 됐다. 애초에 여기 온 건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테스가 성장해서 살아가야 할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마리가 여기 온 이유였다. "혹시라도 마음이 흔들리면 딸이 어른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 봐. 그리고 성인이 된 딸에게 엄마가 전쟁 중에 어떤 일을 했는지 설명하는 모습을 생각해 봐. 아니면 우리 엄마가 하신 말씀처럼 너 스스로 자랑스러움을 느낄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든가."
그 말이 맞아. 마리는 지금까지 아버지 그리고 리처드에게 휘둘리는 인생을 살았고, 그래서일까, 소녀 때부터 자신이 별 가치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머니는 그녀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지만, 마리가 느끼는 무력감을 뒤바꿀 정도의 힘은 발휘하지 못했다. 이제 마리는, 물론 성공한다고 가정한다면, 딸 테스를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기회를 얻었다. 처음에는 테스가 마음에 걸려서 이 일을 해야 할지 주저했지만, 이제는 테스라는 존재가 그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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