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다음 페이지로 유혹하고 안 하고를 떠나 나는 모든 책의 첫 페이지를 좋아했다. 몰려드는 여러 가지 감정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글쓰기를 시작한 작가의 페이지가 아닌가.
- P58

우산에 대해 생각했다. 비가 오지 않는데도 우산을 들고 사는 불편한 생활에 대해.
직접 겪어보니 우산씨가 그동안 힘든 일을 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산이란 건 꽤 무거워서 오래 붙잡고 있으면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팠다. 물론 시선도 아팠다. 안 보일 뿐 우리 모두는 각자의 손에 우산 하나씩을 들고 사는지도 몰랐다. 그것은 불편한 것일 수도, 소중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비가 오면 좋겠어요."
그가 대답했다.
"올, 겁니다."
- P143

"사는 게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죽고 싶은 마음도, 그러다 죽음에 이르는 것도 삶이라고, 죽음은, 삶에 속해 있을 뿐이라고."
- P219

그리고 여기에는 없지만,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일곱 가지 색깔 물방울로 구부려놓은 무지개도 있을 것이다. 우산을 쓰지 않은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감추지 않으며 걸었다. 우산이 없는 만큼 그와 나는 가까워져 있었다.
"우산씨."
"네, 해주씨."
"우리는 행복해질까요?"
"행복해질, 겁니다."
"언제요?"
"내일."
나는 그와 손이 적당히 닿을 정도의 거리로 걸었다. 이번에는그가 나를 불렀다.
"해주씨."
"네, 우산씨."
그와 나는 적당히 가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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