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공간을 찾아서 - 우리가 잊지 않고 꿈꾸는 것에 대하여
안정희 지음 / 이야기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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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지 않고 꿈꾸는 것.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문득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은 있을까 싶다. 

별 생각없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떠올렸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억의 공간은 기쁨보다는 슬픔으로 더 많이 기억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 독일의 이미륵 묘소도 그렇고 오키나와의 평화전쟁기념관이나 윤동주 시인을 기억하는 것도. 그리고 저자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인천의 심도직물에서의 최초의 노동운동까지도.


저자의 기억공간을 찾아 떠나는 기행에세이 정도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내용은 그 이상을 담고 있다. 독일과 일본, 한국의 박물관, 기념관, 문학관 등의 공간을 기행하고 그 공간에 담겨있는 것들이 기억하는 역사와 기록들에 대한 사유는 내가 잊지 말아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기억에 대한 기록이 사실을 넘어 진실을 담을 수 있어야 함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직지심체요절과 조선 의궤를 발견하게 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뭔가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고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소설이 실존했던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이야기이다. 

오키나와의 비극적인 역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감히 안다고 얘기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의 4,3을 모르는 이들이 4,3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4.3 평화공원을 찾는다고해서 그에 얽혀있는 진실을 다 알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일것이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게르마제도의 도카시키섬에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애도할 수 없는 2개의 무덤이 있다. 하나는 최초로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힌 배봉기(=최봉기, 1991년 오키나와에서 사망)를 기리는 아리랑 위령비이고 또 하나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집단 자결지 탑이다"(98)


전쟁을 일으킨것은 일본이나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으로 일본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때가 있다. 아니, 제국주의자들이 아닌 민중들의 피해와 고통은 국적과 인종을 막론하고 안타까운 일이 맞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진정으로 사과를 하지 않는 한 그들의 범죄행위는 여전히 계속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위안부,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아 애도받지 못하는 이국땅에 있는 무덤은 너무 안타까웠다. 이들에 대한 기억의 기록이 진실을 드러내고 역사가 되기 위해 우리가 잊지않고 기억해야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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