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 맛, 향기, 빛깔에 스며든 인문주의의 역사
권은중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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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세부리는 사람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책에서만큼은 아무래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허세가 있는 듯 하다. 볼로냐,라는 도시 이름과 그 뒤에 붙어있는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제목은 이 책의 내용이 어떤지 알아보기도 전에 그냥 무작정 읽어보고 싶었다. 내가 볼로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을 못하겠지만 대충 들어본 이야기를 떠올리면 대학의 도시 볼로냐와 볼로네제 스파게티를 떠올릴수는 있겠다. 


이 책은 20여년을 기자로 일하다 어느날 요리를 배우러 훌쩍 이탈리아로 떠난 저자가 이탈리아, 특히 볼로냐에서의 체험과 볼로냐라는 도시에 대해 맛, 향기, 빛깔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에세이로 쓰여있지만 기자의 습성(!)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근원적인 이야기를 역사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심도있게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훌륭한 정보와 볼로냐라는 도시를 새롭게 - 내게는 생소한 도시를 애정깊게 느끼게 하는 -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탈리아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식재료와 음식 이야기일 것 같지만 특별히 볼로냐의 특징을 드러내는 - 여전히 이탈리아 내에서는 원조 논쟁이 크겠지만 내게는 그저 볼로냐에서 맛있는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고 까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가르디아 언덕에 올라 산 루카 성모마리아대성당에서 볼로냐 거리를 내려다보고 싶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아르노강을 내려다보는 것만큼이나 멋지다니 보지 않고도 괜히 가슴이 뛴다. 

피렌체에서 없는 시간을 쪼개 겨우 피사의 사탑 찍고 돌아왔던 이탈리아 여행에서 미켈란젤로 언덕위에서 일몰을 배경으로 아르노강을 응시하던 어머니의 사진을 가족 모두 좋아했는데 가르디아 언덕에 함께 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본다. 


책을 집어들었을 때 별 생각없이 표지를 봤고 왜 '붉은 길'이라고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었는데 볼로냐의 색깔이 붉은 색이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니 또한 새롭다. 저자는 또 우리와는 달리 '공산당'에 대해 공공연히 드러내는 모습이 생소하다했지만 내가 어릴 적에 재미있게 읽었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 돈 까밀로 신부님과 공산당원 뻬뽀네읍장의 티키타카를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지 또다른 관점에서 흥미로웠다. 


"음식 인문학 여행"이 강조되어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할 것 같았고 가리는 음식이 많은 나는 반쯤은 흘려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식도락 여행이 아니라 정말 음식 '인문학 여행'이 담겨있어서 기대 이상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방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다는 볼로냐로의 여행을 더욱더 기대하게 된다. 아씨시에서 한달살기를 꿈꿔왔는데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볼로냐로의 여행을 꿈꿔봐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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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6-1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허세 100%입니다. 저의 경우. 인문학과 음식이라니 너무 찰떡궁합. 저도 아씨시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chika 2021-06-20 06:58   좋아요 0 | URL
^^
아씨시에 가서 함 살아봅시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