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70주년 특별 에디션 고급 벨벳 양장본)
루이스 캐럴 지음, 디즈니 그림, 공민희 옮김, 양윤정 해설 / 아르누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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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내가 어렸을 때 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재미있는 책이 아니었다. 토끼가 시계를 보며 늦었다고 말을 하며 뛰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상한 나라는 뭔가 정리되지 않는 혼돈과 제멋대로의 모습이어서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주위 환경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을 못견뎌하는 성향때문이었는지 말이 되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막무가내는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을뿐이고 그런 내용을 읽는 것은 정말 재미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떨까 궁금했다. -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성인이 된 후 한번 읽어보기도 했었지만 그리 재미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때도 역시 그냥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말도 안되는 억지모습만 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읽은 이 이야기책은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린 것이다.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탄생은 백오십여년이 되었고, 이 책은 그 기념이 아니라 디즈니 애니메이션 탄생 70주년 기념 특별에디션으로 기획되었다. 사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책 사이에 삽입되어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것이기도 했는데 늘 까만 체셔고양이만을 떠올리던 내게 이렇게 화사한 줄무늬를 한 체셔고양이는 낯설다가도 금세 귀여워서 다시 보게 되는 매력이 있어 좋았다. 

그리고 본문의 주석이 어렵지 않고 간단하게 필요한 부분만 꼬집어 설명해주는 것도 좋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슬픈 이야기,는 tale과 tail의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언어유희 같은 내용이 예전에는 그냥 스쳤던 것들이지만 지금 새삼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예전과는 다르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엉망진창, 제멋대로인 이상한 나라의 캐릭터들이 이해되지 않았었지만 이제는 내가 왜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재미없게 느껴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이상한 나라의 판타지를 즐기고, 어른이 되어서는 부조리한 세상, 틀에 박힌 세상을 깰 수 있는 단단함을 갖고 이 책을 읽으면 훨씬 더 즐기며 앨리스의 모험을 따라다닐 수 있지 않을까.


"아, 세상에! 오늘은 도대체 무슨 날이람! 어제까지는 모든 것이 다 평범했는데, 하룻밤 사이에 내가 변한 걸까? 가만있자.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대로였나? 살짝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낀것 같기도 한데, 하지만 내가 전과 같지 않다면 궁금해지네. 그럼 난 누구지? 아, 이건 정말 큰 수수께끼야!"(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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