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록 산책 -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 테니까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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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으려고 집어들었는데 의외의 깊이가 느껴져 더 좋았다, 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문고판 크기에 책도 가벼워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니면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가볍게 읽을 생각이었는데 한꼭지씩 읽다보니 금세 다 읽어버리게 되어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일상의 산책길에서 마주하는 것들에 대한 사색이 오랜 여운을 남겨주어 추천해주고 싶어지는 책이다. 


오늘도 사무실에서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겼다.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이놈의 스트레스는 어쩔수가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 직원의 능력없음과 형편없는 업무처리로 인해 벌어지는 사고 수습은 주위에서 다 해야하는데 이미 처리한 일을 다시 해야하는 사태가 발생해도 정작 그 원인제공을 한 직원은 나몰라라 하고 만다는 것이 화를 돋우는 스트레스의 원흉인데 오늘은 내가 그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럴 때 딱 떠오르는 책 제목이 '그럴수록 산책'이다. 의미가 좀 다르기는 하겠지만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테니까"라는 말을 되내이다보면 나 자신을 위해서도 스트레스 따위는 치워버리고 싶어진다. 


"산책길에 들어서면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세상에는 인간 외의 수많은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요.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죠. 그저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면 그럴수록 산책을 합니다"(14-15)


도대체,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게으른 한량인 것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게으름은 못 버리고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기타등등 별 일이 없어도 걷고 또 걷는 것을 좋아하는 것에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왜 숲길을 걷고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나는 별 생각이 없고 도대체는 이런 사유를 갖고 있는 것일까. 

물론 비교를 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에 감탄을 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슬며서 웃음지으며 산책을 하게 될뿐.

어느날 쥐며느리를 발견했는데 - 다들 알겠지만 낯선것과 접촉을 하면 몸을 말아버리는 것이 쥐며느리인데 두마리 중 한마리는 그렇게 했지만 다른 한마리는 뒤집어져 버둥거리고 있는 것을 보며 그걸 '성격'에 비유하는 글은 신선했다. 우리의 다름을 단박에 인정해버리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계절의 산책 팁이라거나 맛있는 간식을 먹기 위한 소소한 행복이 담겨있는 글들은 별 이야기 아닌 것 같지만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거나 피식 하고 웃어 넘기는 이야기이거나 나와는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거나... 일상의 행복이라는 것이 이런 것 아니겠는가, 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 담겨있다. 

처음 걷기 시작할 때는 온갖 잡념을 떨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속도를 조금 높여 걷다보면 아무 생각이 없을때도 있고 스치게 되는 자연의 모습, 주위의 풍경에 담겨있는 것들이 뭔가 다른 이야기를 건네주기도 하고 그저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들기도 한다. 운동이 안되는 걷기라고 하지만 그래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한 마음이 들 땐 대책없이 걸어보세요. 걷고 걷다 보면 대책없이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하거든요."

'오늘의 내가 너무 싫지만 모레쯤의 나는 좀 괜찮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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