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ㅣ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불편한데 자꾸만 가보고 싶은 편의점,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위로하는 밤, 이라는 광고문구에 혹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 피곤함이 쌓여가는 것 같아 마음에 확 끌리지 않는 소설을 팽개쳐두고 읽지 않은 시간이 꽤 길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설의 전개는 그래서 더 좋았다.

불편한 편의점은 염영숙 여사가 가방 속 파우치를 잃어버렸는데 그 파우치를 찾아 준 서울역 노숙자 독고씨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배가 고프다며 염여사를 기다리는 동안 편의점 도시락을 하나 먹어도 되냐는 허락을 받는 전화통화에서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으며 이건 동네 이웃의 이야기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다가 금세 이야기 전개에 빠져들어버렸다. 

교사를 하다 퇴직을 한 염여사는 남편의 유산으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끼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노숙자 독고씨를 위해 자신의 편의점에서 매일 도시락을 내어주기로 한다. 그렇게 독고씨는 올웨이즈 편의점과 인연을 맺게 되는데...

염여사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어 편의점 알바에서부터 늘 편의점을 이용하는 단골손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이어져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늘 독고씨가 등장하고 있다. 모든 것은 확실하게 확인을 해야하며 진상손님에게는 원칙대로 응대를 하며 심지어 비닐봉투를 요구하는 진상에게 자신의 에코백을 내밀기도 하는, 뭔가 부족한 듯 하지만 똑똑하고 성실하고 우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독고씨는 과거를 잊은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 독고씨가 편의점에 등장하고난 후 많은 사람들이 변화하게 된다. 어눌함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지만 과장되지 않게 타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것은 독고씨의 사려깊음과 배려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모든 관계는 소통과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려주며 독고씨 주위의 인물들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설명이 필요없는 감동 그 자체였다. 

이야기가 그저 감동을 주기 위한 작위적인 소설로 이어져갔다면 너무 뻔하게 느껴져 이 소설은 재미있지도 않고 그리 감동적이지도 않았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술대신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며 술을 마시려는 이들에게 옥수수수염차를 권하는 것마저 좋았다. 개인적으로 그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 스포일러를 하나 던져넣자면 독고씨가 술대신 마실 음료수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띤 1+1 상품이어서 옥수수수염차를 마시게 되었다는 것조차 괜히 좋았다. 이건 정말 편의점에서의 이야기같지 않은가. 그리고 노숙자였던 독고씨의 정체가 밝혀지며 이야기는 또 다른 가족의 이야기와 감동을 전해준다. 

"전염병 같은 기억들이 내게 진짜 삶을 선택해야 할 때라고 외치고 있었다. 신기했다. 죽음이 창궐하자 삶이 보였다.나는 마지막 삶이어도 좋을 그 삶을 찾으러 가야했다"(242)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의 모습에서 나름대로의 고통과 슬픔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그만큼의 기쁨과 행복 역시 품고 있다 생각한다. 불행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선택하기 위해 나는 내 앞에 놓인 선택지 중에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그 기준이 되는 것을 불편한 편의점의 훌륭한 알바생 독고씨를 통해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