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맛 - 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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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에 관심이 많지만 가리는 음식이 많아 '한국인의 맛'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한국인의 맛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 대중적인 이야기는 우리 고유의 전통 음식같은 특별한 음식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절대다수가 쉽게 접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에 버금가는 짜장면을 비롯하여 커피와 빙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음식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과 취재의 형식으로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명섭'이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이 책은 기대를 하며 펼쳐들기 시작했다. 저자의 글은 역사의 고증과 조사를 통해 기록된 사실을 기본바탕으로 하여 이야기를 끌어나가는데 바로 그 이야기가 사실에 대한 전달만이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의미를 담고 전해주고 있어서 재미와 의미를 같이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믿고 읽을 수 있으며 이 책 역시 기대 이상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평범한 식탁에 숨은 백년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 한세기전에 시작된 우리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최근 일주일이내에 먹은 식단을 보면 짜장면, 돈까스, 김밥, 떡볶이, 카레, 단팥빵, 커피...  먹은 음식들을 떠올리니 이 책의 목차와 일치해버린다. 찬 음식을 멀리하게 되는 겨울이라 냉면과 팥빙수를 먹지 못했을 뿐 이 또한 여름이면 입맛없을 때 한번씩은 꼭 먹는 것들이 아닌가. 

아무튼 일상적으로 늘 우리 가까이 있는 이 음식들에 대한 역사를 읽고 있으려니 음식사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에 담겨있는 희노애락이 느껴져 또 다른 이야기가 더 이어지지 않을까, 아니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 단적으로 감상 하나를 꺼내어보자면 이야기를 끌어가는 류경호기자는 사환 윤동을 데리고 카레를 먹으러 가는데 그곳에서 일어나는 풍경의 에피소드에서 조선인의 차별을 언급하고 윤동과의 대화에서 식민지 조선의 조선인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의 식생활과 역사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있어서 좋았다. 물론 일본의 조선에 대한 차별뿐만 아니라 짜장면을 이야기하며 한국에 정착하게 된 중국인들이 정치적인 관계의 변화에 따라 몰락하기도 한 이야기는 현재에도 계속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떠올려보게 한다. 아무튼 중국의 길거리 음식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화되면서 대중화에 성공하고 쌀공급이 안되며 밀가루 소비 정책으로 인해 짜장면은 더욱더 서민의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기도 했음을 알게 되었다. 


조선말 일제강점기 시대의 류경호 기자의 취재활동을 통해 당시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그 뒤에는 실제 음식과 관련된 기사가 실려있고 음식에 얽힌 추가적인 정보가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 원조가 되는 이야기 - 일본에서 돈까스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들었었지만 육식이 금지되었었으며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열강을 이겨먹기(!) 위해서는 그들처럼 육식을 해야한다며 육식을 하기 위한 돈까스의 대중화는 전투식량이 된 빵의 이야기만큼이나 새롭게 느껴진다. 이처럼 다양한 음식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우리의 역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고 있으니 역시 저자의 역사소설, 에세이는 앞으로도 계속 기대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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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07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저도 보고싶어서 지금 줄세워놓고 있어요. 치카님 글보니 두 보고싶네요

chika 2021-03-07 22:37   좋아요 0 | URL
정명섭님 글은 믿고 읽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