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 사는 네 여자
미우라 시온 지음, 이소담 옮김 / 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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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미우라 시온의 글이라는 걸 자꾸 까먹는다. 표지에 나온 갓파와 도둑가면 때문이라고 생각해보지만 저자의 전작인 사랑없는 세계와는 또 다른 느낌의 글이라 저자가 미우라 시온이라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그것이 더 나을수도 있겠지만.


오래된 양옥집 마키타가에는 네명이 동거하고 있다. 어머니 쓰루요와 함께 살고 있는 사치는 자수 선생으로 자수를 업으로 삼아 살고 있다. 자수 작품 의뢰를 받고 만든 작품을 건네주러 나갔다가 사람을 착각하여 인사를 건네 알게 된 동갑내기 유키노는 그 인연으로 마키타가에 세들어 살게 되었다. 그리고 유키노의 직장 후배인 다에미는 그녀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남자친구가 이별을 통보받고도 그녀를 스토킹하는 것을 알게 된 유키노의 손에 끌려 마키타가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렇게 네 여자가 살고 있는 집의 마당 끝 한켠에는 야마다씨가 살고 있는데 그는 부친이 쓰루요의 조부때부터 고용되어 일하다가 그곳에서 살게 되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났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야마다씨는 그곳을 떠나지 않고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마키타가의 두 모녀를 도우며 살고 있다.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 그 집을 떠난다면 여지없이 남남이 될 것 같은 이들은 동거인이라기보다는 가족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각자 혼자이지만 그런 쓸쓸함 없이 함께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식사를 같이 하고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이야기나누는 모습은 그냥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요즘 티비공익광고에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 17분, 이던가? 가족과 함께,라는 홍보 영상에 쓰여있던 문구가 떠오른다. 가족이면서 가족같지 않은 이들,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같이 지내는 이들, 1인가구의 쓸쓸함이 함께 하면서 즐거움으로 바뀌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굳이 가족에 대해 한 형태만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갓파 미라의 등장도 웃겼지만 이야기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등장한 까마귀 젠푸쿠마루와 사치의 아버지(!)는 뜬금없으면서도 그냥 그렇게 소설에서의 당연한 등장처럼 여겨진다. 한편의 시트콤 가족일기 같으면서도 가족이 아닌 이들이 서로를 위한 마음을 느끼게 될 때의 감동은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내게도 훗날 이 커다란 집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고민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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