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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여행법 - 10년 차 기획자가 지켜온 태도와 시선들
조정희 지음 / SISO / 2020년 12월
평점 :
기획자의 여행법,이라고 해서 별 생각없이 여행계획에 대한 기획자의 계획제안서 정도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더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는 두리뭉실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여행'이라는 것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개념과 그 여행의 목적을 생각해보게 하고 그 목적에 따라 여행지와 일정 등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글을 읽다보면 그저 막연하게 여행이 좋아, 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과 어떤 곳을 어떻게 준비하고 찾아가야할지 구체적인 생각을 하며 여행계획을 세워보게 된다.
책을 읽다보니 오랜 세월 여행을 하면서 생긴 노하우가 저자가 말하는 여행준비와 맞물리는 것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내심 나름대로 잘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또 여러 팁을 얻기도 했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지역에 대한 여행서를 읽고 정보를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과 관련된 인문서가 있으면 찾아보고 더 여유가 있으면 문학책을 찾아보는데 저자가 바로 3권이상의 책으로 정보를 얻는다는 말에 다들 비슷한 마음이구나 싶어지기도 하고, 의미있는 여행을 위한 열린 마음과 목적의식을 갖는 것의 중요성도 생각하게 된다.
사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에 그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라도 얻고 가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언젠가 너무 바빠서 여행 짐도 떠나는 날 새벽에 싸들고 떠나게 된 때가 있었다. 사실 그 때 이번 여행은 얻는 것이 많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저 쉬면서 좋은 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면 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기도 했었다. 미리 준비하고 공부를 좀 하고 떠났다면 더 많은 것을 얻었을지 모르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그 때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먹고 구경하고 자고의 반복이 더 좋았던 기억이 있다. 한가지 방식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이 책의 저자는 조곤조곤 잘 설명하며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획자의 여행법,으로 많은 것을 배울수도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생각과 마음이 아닐까 싶다. 굳이 먼 곳으로 떠나지 않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골목길을 탐방해보면서 동네의 역사와 나와 부모님의 삶의 여정을 떠올려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기분을 내며 내게 추억할 수 있는 하루를 남길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3장에서는 저자가 직접 떠났던 여행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획자의 시선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굳이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더라도 내가 선호하는 나만의 멋진 여행지를 찾아 떠날 수 있다면 좋지않을까, 싶어진다. 물론 지금은 그 어느곳으로도 떠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느 곳이든 더 간절해지는 여행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한가지 덧붙이자면, 나는 휴양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언어의 장벽이 너무 커서 힘들다 하더라도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알게 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면 최상의 여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몇년 전 직원들과 여행을 가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갔었는데 어머니가 여행지에서 많은 것을 체험하지 못하시지만 함께 갔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시고 내 마음도 더 즐거운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었다. 여행이라는 측면에서 효율을 따진다면 비용대비 많은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와의 추억이라는 측면에서는 엄청나게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까.
기획자의 여행법,을 이야기하는 기획자의 '기획'과는 조금 엇나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것이 바로 그 '기획'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