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돼지의 눈
제시카 앤서니 지음, 최지원 옮김 / 청미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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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땅돼지의 눈,이 풍자소설이라는 생각에 빠져있어서 땅돼지의 존재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토끼귀에 돼지 얼굴, 캥거루 꼬리를 가진 땅돼지는 실재하는 동물이었다. 누군가는 이 풍자소설에 대해 놀라움을 토로하지만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내게는 땅돼지의 존재가 놀라울뿐이다. 


전문 박제 기술을 가진 과거의 사람인 박제사의 사랑과 거짓으로만 싸여있는 현재의 정치가의 이야기가 박제된 땅돼지를 매개로 연결되며 시공간의 초월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현재의 미국, 재선운동중인 윌슨 하원의원에게 소포가 도착한다. 안에 담긴 물건은 박제된 땅돼지. 배송된 물건을 없애기 위해 그대로 차에 넣고 달리다 경찰에 붙잡힌다. 운전중 잠깐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붙잡힌 것이었는데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갑질 정치인들의 행태는 똑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명백한 위법행위를 했음에도 자신이 의원이랍시고 넘어가보려는 행태말이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규정을 들이미는 경찰관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경찰이 있을 것이다. 아니, 분명 있다. 아무튼 윌슨을 붙잡은 경찰은 미심쩍은 윌슨의 태도에 차를 살펴보다가 박제된 땅돼지를 발견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허가증이 있어야 박제를 할 수 있는데 윌슨이 받은 소포에는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고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추궁에 자신이 함정에 빠지게 된거라 생각하는데...


내 이해력이 짧아 그런지 책을 처음 읽을 때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아 자꾸만 책장을 덮어두고 책읽기를 미뤄두게 되었다. 정말 읽기 힘든 풍자소설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소설의 내용을 곱씹어보고 있으려니 책을 읽는동안 흘려 읽었던 부분들이 떠오르며 온갖 차별과 억압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의 온갖 곳에서 대놓고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르데 바르케 (땅돼지) 라는 이름조차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든 네덜란드인들의 언어인데 몇세기가 지나 그 후손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그 언어를 고유언어인 듯 사용하고 있다. - 사실 책의 초입부에 나온 이 이야기는 한세기가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일본의 잔재를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게 해 정말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다. 


너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지만 정체도 모르면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용하려하거나 두려워하면서도 그 거죽을 뒤집어쓰면 겉모습만으로도 자신이 최고가 된 것인마냥 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이 갖게 되는 권력의 힘으로 인해 암담해진다. 땅돼지만도 못한, 아니 박제된 땅돼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인간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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