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와 인공 포도 향이 방 안 가득 넘친다. 나도 어쩐지 과일 냄새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포도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그러나 포도는 아닌 모조품 냄새, 애정도 그런 것일지 모른다. 세상에 ‘진짜 사랑‘ 따위 얼마나 있을까?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것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진짜가 아니란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다들 내버리진 않는다. 진짜는 세상에 그리 자주 굴러다니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기가 손에 든 것을 사랑이라고 정의내리고, 거기에 순응하자고 마음먹는다. 그런것이 결혼인지도 모른다. - 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