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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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저자가 의사라는 것 때문에 의학자의 시선으로 본 그림이라는 편견같은 것이 있었다. 그림의 예술적인 감상보다는 의학적 분석이 그려진다고나 할까 뭐 그런 것 말이다. 솔직히 이 책은 그런 호기심에서 읽고 싶었었는데 의학적 분석이 아닌 인문학적 사색이 담겨있는 책이어서 더 좋았다. 

미술 관련 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명한 그림을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에 담겨있는 역사와 문화의 이야기도 너무 좋았다. 물론 그보다 훨씬 많은 작품들을 이 책에서 처음 보기도 했고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 특히 오래전에 한번 보고 잊고 있었던 미하일 브루벨의 그림을 다시 보게 된 것이 좋았는데 브루벨의 삶과 관련하여 그의 병으로 인해 그림도 변화되었다는 것, 행복과 불행의 극을 달리는 삶의 변화를 읽으며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브루벨의 데몬 시리즈는 독특한데 악마의 눈물,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마음에 남는다. "악마도 울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삶이란 눈물겹도록 힘겨운 것이니까요"(132)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서도 달라지겠지만 이 책은 한번 읽고난 후 생각날 때마다, 내 마음이 동하는 주제를 찾아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읽고난 후라면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 적절한 내용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인상적인 그림들이 많았지만 정리되지 않은 내 방의 모습과 비슷해보여 더 기억에 남는 그림이 있는데 '팔걸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돈키호테'가 그것이다. 기사복장을 하고 로시난테를 탄 돈키호테의 모습이 더 익숙한데 이 책에서는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를 모험가로 만든 것이 바로 책이다,라고 말해주는 그림이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돈키호테의 렘수면 행동장애,도 흥미로웠지만 저자가 돈키호테 책을 끼고 다니며 병원 동료들에게 돈키호테라 불렸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의사가 문학과 예술에 빠져 지낸다는 것이 의학계에서 돈키호테처럼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자의 글을 읽을 수 있는 내게는 용감무쌍한 돈키호테가 좋아진다. 그리고 덤으로 저자의 동문서답에 대한 글도 좋다. "살다보면 정답 대신 동문서답이 큰 위안이 될 때가 있습니다. 삶에 정답이란 없음을 깨달은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란 동문서답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입니다"(156)


그림을 보는 즐거움에 더해 작가의 삶과 그림이 연결되고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흥미로움과 재미를 더해주고 있어서 책이 금세 읽힌다. 책을 한번 읽으면 당분간은 잠시 덮어두고 잊고 지내는데 이 책은 잘 보이는 책장에 두고 생각날때마다 한꼭지씩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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