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구혼자들의 아버지가 찾아왔습니다. 모두 우리 섬의 백성들이었죠. 키우는 염소의 숫자가 가장 많은 니카노르 무늬를 새긴소나무 지팡이를 짚은 아가톤, 예전에 저에게 자기 과수원에서 배를따먹게 해주었던 에우페이테스, 그가 대변인이었어요. 그대의 집에손님으로 있던 우리 아들들을 그대가 죽였소. 배상을 해주시오.
‘그대의 아들들은 도둑이고 악당이었다. 아버지가 말하고는 수신호를 보내자 할아버지가 창을 던졌습니다. 에우페이테스의 얼굴이터지면서 뇌와 함께 사방으로 먼지가 튀었죠. 아버지는 우리에게 나머지도 죽이라고 했지만 아테나가 내려왔습니다."
결국 아테나가 그에게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아테나가 싸움은 끝났다고 선포했습니다. 구혼자들이 응당한 대가를 치렀으니 더이상의 유혈사태는 없도록 하자고요.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병사들의 아버지들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아들들은 어디있습니까?‘ 그들이 물었습니다. ‘트로이아에서 돌아오길 이십 년 동안 기다렸는데요."
- P391
네 아들은 키클롭스에게 잡아먹혔다. 네 아들은 스킬라에게 잡아먹혔다. 네 아들은 식인 거인족의 손에 갈기갈기 찢겼다. 네 아들은 술에 취해 지붕에서 떨어졌다. 도망치는 동안 네 아들이 탄 배는 거인들에게 침몰당했다.
"이 섬에서 출발했을 때만 해도 부하들이 있었다만, 그중에서 목숨을 부지한 자가 한 명도 없었단 말이냐?"
그는 머뭇거렸다. "모르십니까?"
"무엇을?" 하지만 이렇게 되묻는 동안 내 입속이 아이아이에의 노란 모래처럼 말라버렸다. 텔레고노스의 사나운 어린 시절을 지나오느라 내 손밖의 일에는 안달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방금 전에 오디세우스에게 들은 듯이 선명하게 테이레시아스의 예언이 기억났다. "소, 내가 말했다. 그들이 소를 먹었구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의욕 넘치고 무모한 사내들이 나와 함께 지낸 기간이 일 년이었다. 나는 그들을 먹였고, 아픈 곳과 다친 데를 치료해주었고, 낮는걸 지켜보는 데서 희열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존재하지도 않는았던 듯이 이 땅에서 지워져버렸다.
- P392
"그들의 아버지는 찾아와서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자기 아들들이 트로이아에서 쟁취한 보물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제 아버지가 모두 수장됐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았죠. 그들은 찾아오고 또 찾아왔고 그때마다 아버지의 분노는 더욱 끓어올랐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니카노르의 어깨를 막대로 때리고 말았습니다. 클레이토스는 쓰러뜨렸고요. "‘그대 아들의 진실을 알고 싶은가? 그 아이는 멍청한떠버리였어. 욕심 많고 어리석었고 신의 명을 거역했지.‘"
그렇게 직설적인 말들이 오디세우스의 입에서 내뱉어졌다니 충격이었다. 오디세우스가 그리 얘기했을 리 없다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 수법을 얼마나 숱하게 찬양했던가. 유일한 차이점이 있다면 텔레마코스의 경우에는 그럴듯하게 포장하지않았다는 것이었다. 한숨을 쉬며 손바닥을 펼쳐 보이는 오디세우스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그것이 사령관의 운명이죠. 그것이 인류의 어리석음이고요. 당나귀처럼 두들겨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인간도 있다는것이 우리 인류의 비극이지 않겠습니까?
- P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