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여행
양국희 지음 / 쿠키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봤을 빨강 머리 앤,은 애니메이션이 있기에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 좋아하던 아이들이 많았지만 특히 더 궁금했던 셋이 있어요. 산을 뛰어다니며 해맑게 웃는 하이디가 사는 다락방도 궁금했고, 비밀의 화원에서 메리가 가꾼 장미 정원을 산책하고 디콘과 함께 무어를 뛰어다니고 싶기도 했어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기쁨의 하얀 길을 걷고 눈의 여왕과 눈맞춤을 하며 빨강머리 앤과 함께 수다를 떠는 느낌도 갖고 싶었지요.

그런데 가끔은 그린게이블스를 떠올리면 좀 슬퍼지기도 해요. 사실 아이가 넷인 집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지 못한 제게 가장 친한 친구는 책이었지만 글자를 알기 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우리집에는 그림동화책이 한권도 없었어요. 막내인 내가 글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이미 전집으로 된 청소년용 전집이 있었고 그 중 한권이었던 빨강머리 앤은 길모퉁이에서 길버트와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끝이나는 이야기였지요. 그런데 언젠가 학교에 친구가 책을 갖고 왔는데 알록달록 그림이 담겨있는데다가 앤이 길버트와 결혼도 한다는거예요. 빨강머리 앤의 내용도 모른다며 친구에게 무시를 당했지만 그 무안함도 금세 잊을만큼 놀라운 걸 그 책에서 발견했지요. 앤이 살았던 초록지붕집, 기쁨의 하얀 길이 실재한다며 사진까지 있었던 것이지요. 아쉽게도 책을 금세 갖고 가버려 더 많은 사진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때부터 앤이 탄생한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가고 싶은 소망이 생겼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어 해외여행을 다니게 되었을 때도 가끔 생각나곤 했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서 앤의 고향은 가기엔 너무 먼 곳,이 되어버렸어요. 그저 이상향처럼 되어버렸는데... 지금 이 책을 마주하니 어린 시절의 소망을 접어버리기엔 너무 빠른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네요.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여행하면서 곳곳에서 앤과 앤의 가족, 친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모습을 수채화로 담아낸 책이예요. 거리의 풍경에서부터 박물관으로 보존된 몽고메리의 삶의 모습, 아담한 그녀를 상상해보게 되는 웨딩드레스의 그림도 있고 앤이 지냈을 집, 다이아나와 촛불인사를 하던 창문이 보이는 초록지붕의 집도 있어요. 이미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있어 그런지 앤의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나봐요. 저자 역시 수줍게 사진을 찍으셨네요. ㅎ


1인출판으로 글과 그림뿐 아니라 편집까지 저자 혼자 다 한 독립출판물로 독립서점에서 1쇄판매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이렇게 읽을 수 있게 되니 좋네요. 사진이 담겨있는 여행에세이도 좋겠지만 어린 시절의 친구인 앤의 고향을 그림으로 만나고 다시 어린시절의 꿈을 떠올려보게 되는 시간이 좋아요. 실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을 기다려보면서 그 기쁨을 누려볼까 해요. 이미 그 기대감만으로도 기쁨의 시간을 지낼 수 있고, 실제로 내가 그곳을 가지 못한다고 해도 지금의 이 즐거움이 사라지지는 않을테니 마음껏 지금의 즐거움을 누려봐야겠어요. 함께 가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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