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의 일 - 언어만 옮기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서
박소운 지음 / 채륜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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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의 일,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단순히 그것도 하나의 '일'이라는 개념이었기때문에 나와는 다른 시선의 일상을 살아가는 직업군의 에세이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까이에 통역을 업으로 해보겠다며 학교를 다니고 그 공부의 양이라는 것이 무시못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통역사의 일,이라는 것에 좀 더 관심이 갔다. 그러니까 우연히 지인을 통해 통역 알바를 부탁받아 전해주었을 때 밥을 먹으면서 하는 통역은 밥통이라고 하는데 그런 경우 통역은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사여부에 따라서도 일이 달라진다는 얘기에 뭔가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정상들의 만찬 장소에서도 통역은 필요할 것이지만 그런 자리에서 통역사들이 편하게 같이 식사의 여유를 즐기며 대화를 나눌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통역사의 일,은 십여년이 넘게 통역을 하면서 경험한 일을 삶의 이야기로 풀어낸 에세이이다. 기자생활을 하다가 그 일을 접고 통역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돌아갈 곳이 있으니 일을 너무 쉽게 그만둔다는 얘기에 통역일을 하게 되면 십년이상은 반드시 이 일을 하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기자였었다는 것을 '기레기'였었다고 표현하며 깎아내리려는 동료의 모습도 보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만 통역자료를 공유해서 미리 준비를 해놓고 저자의 실력을 낮추려한다거나 자격지심에 함께 일을 하는 동료의 실수를 더 크게 드러내려는 모습들은 일반 사회 조직의 못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은 또 반대로 서로를 칭찬해주고 감싸주며 자신의 담당 파트가 아닌 부분에서도 헷갈리기 쉬운 숫자를 메모해 넘겨주는 멋진 동료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통역을 하면서 체험한 이야기가 많지만 일을 하는 엄마로서의 이야기도 있는데, 통역사 업무의 특성상 프리랜서인 경우가 많고 그렇게 일을 하는 엄마로서 겪은 일들은 아직도 일하는 엄마들에 대한 편견, 특히 정규직이 아닌 경우 '고작 알바'라는 업신여김도 담겨있다는 것은 좀 놀라운 일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육아에 대한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니 다행이다. 


통역사의 에세이지만 그 또한 삶의 이야기이니 재미있게, 다양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역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자신의 일에 대해 그 무엇이 되었든 최선을 다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하며 실수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특히 통역은 단순히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교차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통역사의 일이라는 것은 더욱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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