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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셰익스피어를 말하다 ㅣ 셰익스피어 에세이 3부작
안경환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0년 8월
평점 :
내가 처음 셰익스피어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이 언제일까 생각해보니 그의 작품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셰익스피어의 생애에 대한 글을 통해서였다.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당대의 정치, 경제적인 지식이 넘쳐나고 각 작품마다 문체가 일관된다기 보다는 꼭 공동집필을 한 듯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고 알려진 작품들만을 놓고 보면 도저히 한 사람이 썼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는 어린 내게 깊이 남겨져 있어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나의 가설처럼만 알고 있었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또 읽게 되니 새삼 그의 위대함을 더 느끼게 된다.
어릴때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희곡 형태 그대로가 아니라 줄거리만을 정리 한 소설 형식의 글이었다. 맥베스나 햄릿 같은 작품도 당연히 읽었지만 어릴 때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한여름밤의 꿈이나 템페스트, 베니스의 상인 같은 글이었다. 한바탕 소동처럼 여러 일이 생기고 관계가 얽히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다 순리처럼 풀리고 모두가 행복해진다, 라는 내용은 딱 그렇게만 이해를 하고 재미있게 읽을 뿐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희곡 작품으로 셰익스피어를 읽게 되었을 때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그 줄거리만 읽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삶과 세계관, 성격 등을 알 수 있는 대사를 통해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그저 막연한 느낌이었다면 이 책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시 확인하면서 명확해졌다.
사실 이 책에 언급된 작품들 중에 제대로 읽어본 것은 겨우 맥베스와 말괄량이 길들이기뿐이어서 뭔가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예로 들어본다면 가부장적인 역할분담, 드센 여성을 남편에게 순종하게 만드는 것이 중심 주제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안정환 교수의 글을 읽어보니 훨씬 더 풍부하고 현대의 패러디 작품을 통해서는 또 다른 이야기로 읽게 되기도 한다. [문화, 셰익스피어를 말하다]라는 제목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문화를 살펴보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와반대로 문화를 통해 셰익스피어를 다시 보게 되는 것이었다. 오마주 작품이나 뮤지컬, 영화화한 작품, 패러디하거나 현대의 시각으로 각색한 작품들을 통해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
안타깝게도 아직 원작을 읽지 못해서 맥베스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읽을 때만큼의 감상비교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고 원작을 읽지 않고 해설만 읽는 느낌이라 꼼꼼히 비교해보지도 못했는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게 될때마다 이 책을 다시 펼쳐야겠다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