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 친일파 김백일부터 광복군까지
김종훈 지음 / 이케이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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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과 친일에 대해서는 알 것 같은데 왜 현충원 한바퀴,일까 싶었다. 현충원과는 거리가 멀기만 한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유명 작가의 묘지를 찾아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항일 애국지사들의 발자취를 찾아 그분들이 잠들어계신 묘지를 찾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위성을 넘어 일종의 의무감처럼 느껴진다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잠깐. 현충원인데 어떻게 항일과 친일의 역사가 같이 있는 것일까?


솔직히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한국전쟁이 영웅이라 알려진 백선엽이 사망하면서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누가 뭐라 해도 -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알려진 전쟁에서의 영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목숨을 바쳐 독립운동을 하던 독립군을 잡아 들이던 간도특설대의 장교가 현충원 국립묘지에 묻힌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다. 충격적인 것은 이것이 지금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라는 제목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똑같이 일본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가 되었지만 1919년 3.1 운동 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만주로 망명을 해 항일의 길을 따른 지청천님이 있고 그와 함께 떠나려하다 결국 남아 친일의 길을 걸은 이응준은 천황에게 충성을 다하자,라고 외쳤지만 대한민국 초대 육국참모총장이 되어 한국광복군의 총사령관인 지청천님의 머리맡에 묻혀있다. 이것이 현실이고 우리의 역사다. 이걸 이제야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참담하고 부끄럽다. 지금의 이것을 우리의 역사로 남겨야할 것인가. 


서울과 대전의 현충원, 4.19민주묘지와 효창공원에 잠들어있는 인물들을 살펴보며 우리의 현대사를 다시 새겨보게 된다. 반민특위의 활동이 무참히 무너져버린 그 시점에서부터 우리에게 친일의 역사는 안개너머로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친일행위를 하고 야스쿠니신사에 묻히기를 소망한 신태영의 무덤을 열어 야스쿠니로 보내주고 싶다. 그는 초대국방장관으로 서울현충원장군제2묘역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친일파가 묻혀있는 국립묘지가 아니라 동지들이 있는 효창공원에 묻히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독립운동가 조경한 지사의 말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하지만 독립운동가의 소망은 이뤄지지 못했고 오히려 친일파들의 무덤 언저리 묘역에 잠들어 있다. 

하아. 책을 읽으면서도 화가 나고 답답했지만 이 글을 쓰며 다시 되새기려니 더 마음이 안좋다. 우리의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지금의 아이들에게만큼은 이런 현실을 미래의 현재로 남겨주고 싶지 않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 역시 "친일과 항일이 공존하는 현충원, 직접 찾아가 눈으로 보고 '현실'을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그러다보면 잘못된 현실을 바꾸는 데 우리의 목소리와 행동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0년 8월 국립현충원의 친일파를 이장하거나 표지석을 세우기 위한 국립묘지법 및 상훈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고 한다. 지금 이 법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관심을 갖는 것이 현재를 바꿔나가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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