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식수필
정상원 지음 / 아침의정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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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탐험을 위한 안내서, 라고 부제가 붙어있는데 미식과는 거리가 먼 내가 이 책을 왜 읽으려고 했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가리는 음식도 많고 새롭고 독특한 음식에 대한 도전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탐식수필에 꽂힌 이유는 여행도 다닐 수 없게 된 최근의 팬데믹 상황을 사진과 글로나마 잊어보고 싶었던 마음과 먹지는 못하지만 세상의 온갖 맛있는 음식을 문자화된 글로 표현된 맛으로라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맛은 육신과 정서에 사무친다. 먹을 때는 생활이고 먹고 싶을 때는 그리움이다. 맛은 관념이나 추상이 아니고 먹는다는 것은 삶과의 맞대면이다. 맛은 삶에 대한 직접성이다"


백석의 문장이라는 글을 첫머리부터 읽어나가는데 그저 막연히 미식에 대해 생각하다가 화들짝 놀란다. 그 놀라움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치미와 무시래기가 그 이름은 다르지만 서양에서도 똑같이 고유음식으로 만들어 먹는다는 당연한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것에 미친다. 식재료와 요리는 같은 것으로 다르게, 다른듯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요리가 되에 세계의 맛이 되었다. 

음율을 맞춘 듯 래디컬한 래디시도 그렇지만 오븐에 5분이라는 두번째 장의 이야기는 조리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는데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소금, 치즈, 와인같은 것이 조리과정에서 식재료와 어우러져 더 풍요로운 맛을 낸다는 것이다. 다른 음식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멜론을 말려 만든 칼리송이라는 과자는 먹어보고 싶다. 겉바속촉이라는 그 식감의 차이가 클수록 잘 만들어진 것이라는데 상상만으로도 맛있을 것 같다. 

3장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추세와는 정반대인 '최대한의 식사'로 프랑스 코스요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콧요리에 대한 설명인 줄 알았는데 비유적인 것으로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저자의 체험이 그대로 녹아있는 최소한의 식사. 먹기위해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는 실상 크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다만 적재적소에 딱 맞는 음식을 먹는 것, 그러니까 어떤 산해진미보다 내 입에 맞는 시원한 물 한 잔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어린왕자의 이미지를 차용한 치즈 요리 "기다림"의 사진과 그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숙성의 시간을 기다린다는 의미를 가진 치즈의 느낌은, 언제나 4시에 만날 수 있음을 안다면 3시부터 이미 행복해질 것이라는 어린왕자 속 여우의 말을 떠올리면서 행복한 맛,을 상상하게 해 버린다. 탐식수필은 그 행복함에 대한 이야기를 음식과 맛으로 추억하며 풀어놓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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