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는덧 이 책도 읽은지 10여년이 되어가는구나.
하아.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의미에서 테스는 ‘순정한 여인 이다. 순정함은 자존감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자질이다. 개인의 대두를서양 근대의 전환점으로 볼 때, 순정함은 자율성을 가진 개인이 감정과 행동의 일치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기 이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행동하는 자존감이 순정함의 근거라는것이다. 물론 테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행동할 수 없는 처지이다. 알렉을 사랑하지 않지만 그의 정부로 살아야 하고, 에인절을 사랑하기 때문에 알렉을 죽이고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녀는 감정과 언어, 언어와 행동이 일치하는 순정함을 드러낸다. 알렉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자 즉각 그의 곁을 떠난것, 에인절이 겉과 속이 다른 여자로 그녀를 규정하자 그를 붙잡지 않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테스의 비극은 어느 누구보다도 자기 몸의 주인으로 살 수 있는 여성이 성적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역설적 상황에서 기인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중산층 여주인공들은 결혼을 통해 그나마 자아를 실현한다. 노동계급 여성인 테스에게 신분 상승의 신데렐라식 결말은 허용되지 않는다. 테스는 살인자로 교수대에서 생을 마감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의 몸은 전시되지만, 전시된 몸을 바라보는데 만족할 것이냐 죽음으로 입증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순정함을 읽어낼 것이냐는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 P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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