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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묻다 - 특별한 정원에서 가꾸는 삶의 색채
크리스틴 라메르팅 지음, 이수영 옮김, 페르디난트 그라프 폰 루크너 사진 / 돌배나무 / 2020년 7월
평점 :
식물에 관한 책,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면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기도 전에 무작정 읽어보고 싶어지곤한다. '정원을 묻다'는 세계의 여러 정원사들이 가꾸는 자신만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타샤의 정원이었고 우리나라 정원사인 오경아님의 정원 이야기였다.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 생각보다 정돈되지 않은 듯한 정원의 모습에 좀 당황스러웠고 정원가꾸기에 대한 기초적인 팁이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 담겨있는 정원 이야기는 내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 좀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별로 손이 가지 않다. 그래서 사진만 훌렁거리며 대충 읽고는 덮어뒀다.
며칠동안 계속 책을 가까이 두고 틈 날때마다 한 챕터씩 다시 보고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의 그 느낌이 아니다. 멋지고 화사한 정원의 모습만 기대하고 펼쳤는데 마구 자라게 그냥 둔 것 같은 정원 사진의 모습에만 시선이 가서 이 책에 담겨있는 정원사들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책이 별로였었나보다, 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인터뷰형식으로 진행된 11명의 정원사들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정원을 가꾸기 위한 도구에서부터 어울리는 식물을 찾는 것에 대한 이야기와 각자가 생각하는 자기만의 정원에 대한 개성과 아이디어가 때로는 삶의 모습과도 중첩되어 나타나 읽을수록 매력을 느끼게 된다. 정원은 자신이 가꾸고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섬이기도 하고, 정원은 모든 식물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정원은 항상 새로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실제 정원을 가꾸기 위해서는 힘든 노동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것이 고됨이 아니라 삶의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은, 표현만 다를 뿐 모두가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한 정원이라는 것이 어쩌면 요즘 유행처럼 생겨난 플라워까페 같은 것만을 떠올려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기대치와 달라 책을 대충 읽어버린 것 같다. 물론 일년내내 이쁜 꽃이 피어나는 정원이라면 더 좋겠지만 꽃이 있는 정원만이 최고의 정원인 것은 아니라는 걸 생각해본다.
자연 그대로의 생태숲이 가장 좋은 것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인공적으로 숲을 가꾸고, 작게는 나만의 정원을 꾸미게 되었을 때 보기에 이쁜 모습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환경과 어울리는 조화로운 모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작은 텃밭규모의 과수원 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어놓고 잡초를 뽑다가 해먹에 누워 쉬는 어머니 모습을 보니 일의 고됨이 아니라 정말 삶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나도 가서 해먹에 누워봐야지, 라는 로망을 갖게 되었는데 열한명의 인터뷰중에 "정원에서 가장 완벽한 자리는 아름다운 나무 아래 놓인 해먹이라고 생각해요. 그 주변으로는 좋은 향이 나는 식물이 가득하고요"라고 말한 하이케 봄가르덴의 말이 떠오른다. 아, 생각만으로도 괜히 웃음이 난다.
한가지 더. 여러가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멋진 정원사들이 꼽은 꼭 방문하고 싶은 정원이라거나 좋아하는 세계의 정원에 대한 정보는 기록해두었다가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가보고 싶은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