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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장 희순 - 노래로, 총으로 싸운 조선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정용연.권숯돌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8월
평점 :
부끄럽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보면서 그저 흥미롭게만 그려진 독립운동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아가씨라고 불리는 양반네 딸도 총을 들고 독립운동을 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의병장 희순은 동네 아이들에게 동요같은 노래로 독립운동을 노래하게 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꺼라던 동네 아낙네들에게 똑같이 총을 들고 독립운동을 할 수 있음을 인식시켜주었고 머나먼 중국땅으로 가서도 학당을 세워 독립운동가를 키워냈다. 이런 독립운동가를 여태 모르고 있었다.
의병장 희순은 그녀가 자신의 삶을 기록한 [일생록]을 바탕으로 그래픽노블로 작화한 이야기이다. 학창시절 위정척사, 쇄국주의, 갑오경장, 동학농민운동... 이런 내용들을 배우며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하지는 못했다고 기억한다.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일제의 관점에서 역사의 기록이 왜곡되어 왔었고 그 모든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때문에 더욱 더 우리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심이 필요한데...
아무튼 이야기는 희순의 어린 시절 양반이지만 모친상을 당한 자신을 찾아온 몸종에게도 음식을 챙겨주며 신분의 차이없이 자신을 찾아 준 벗으로 대하는 모습을 본 유중교의 중매로 유홍석의 아들 제원과 혼례를 하게 된다. 이후 시아버지와 남편이 나라를 찾기 위해 힘든 활동을 하고 일제의 고문에 끝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독립운동을 위한 행동은 멈추지 않는다.
연보를 보면 그녀가 76세 되던 1935년 장남 유돈상이 모진 고문에 결국 푸순 감옥에서 먼저 세상을 떠나고 이어 윤희순, 그녀도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그녀의 남은 아들과 손주들이 삶은 어떠했을까.
이 그래픽노블의 첫머리에는 1960년대 서울에서 학교도 다니지 못하며 힘든일을 하는 독립운동가 자손의 모습이 나온다. 대부분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그렇게 힘든 삶을 보냈을 것이다.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의 후손들은 지금도 자본을 축적하고 나라를 팔아먹은 댓가로 받은 땅덩어리를 되찾기 위해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왜 그런것들은 질기고 모질게 기름진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지.
독립운동의 역사를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역사적으로 많은 패배가 있었고 결국은 일제강점기를 보내며 독립운동에 수많은 희생이 있었으며 해방이 되기까지의 역사가 분노와 슬픔을 더 많이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 생각하며 무심코 책장을 넘겨버리고 있었는데... 알고 있는 것으로 이 이야기들을 그냥 흘리듯 읽을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실제로 무심히 글을 읽다가 어느 순간 울컥해져버리고 만다.
"아무리 여자인들 나라 사랑 모를소냐. 우리도 나가 의병 하러 나가보세. 우리나라 만세로다. 안사람 만세로다"
"할미는 배움이 짧아 조선이 망국에 이른 복잡한 정세는 미처 알지 못한다. 하나 이것만은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너희 조상 모두가 금전과 권력에 어둡고 제 한목숨 부지하기 급급한 건 결코 아니었다는 것을."
"용서하거라. 죽음보다 어려운 삶을 너희에게만 떠안긴 채 혼자 떠나는 것을. 나라 잃은 백성으로 내 어찌 자식 잃은 슬픔을 혼자만 겪은 듯 유난스레 굴까마는. 이제는 정말 기력이 쇠하고 고단하여 쉬고 싶구나. 한번도 나만을 위해 살아보지 못한 할미에게 마지막 이기심을 허락해다오. 할미가 다 마치지 못한 일기는 광복된 세상에서 너희가 채워주기 바란다. 그리고 부디 기억해다오. 좋은 옷, 기름진 음식, 푹신한 잠자리에 입히고 먹이고 누이진 못했으나 우리는 너희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것을. 무엇을 지키려 했냐고? 글쎄다.
바로 그것은 누군가에겐 가족이었고 누군가에겐 이르이었고 목숨이었고 땅이었고 하늘이었고 지존이었고 독립이었을테지.
그러나 그 대답은 좀 미뤄두기로 하자. 우리가 그토록 처절히 지키려 한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는 훗날 너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겠느냐?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