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인 날은 혀의 감각이 엄청 이상할 뿐 아프지는 않았다. 까칠까칠 고양이의 혀랑 비슷했다. 다음날 사람들이 말한 대로 살이 하얗게 오르고 혀 아래가 회색으로 변해서 징그러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게 아니라 점점 더 아팠다. 자꾸 손으로 턱을 만졌다. 혀 아래의 살이 턱이라는 것을 처음 인지했다.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아예 생각할 수 없고 대부분의 음식이 먹기 불편했다.

그리고 가장 아픈 다음 날 통증이 사라졌다.

갑자기 사라졌다.

 

어떤 상처는 나을수록 점점 더 아프면서 나아지는구나.

중간에 낫는 거 맞아? 하며 덜컥덜컥 불안했는데.

 

컨디션도 안 좋고 우울감이 짙고 무거울 때

문득 "아, 나 혀 데였던 거 이제 괜찮지!"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제보다 더 아픈 사람은

열심히 낫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 것이길.

싹 나아서 갑자기 통증이 사라지기를.

100-101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그냥 가볍게, 힘들이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것인데.

언젠가부터 모든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짜증나는 일들을 글로 풀어놓을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은 여유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람들과의 관계 스트레스가 쌓이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의무감들이 맘편히 글수다를 털어놓을 여유도 사라지게 했구나...

이제 다시 무게감 없이, 수다를 떨듯이 가볍게 이야기를 글로 표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좋아하는 일과 행복함과는 동일어가 아닐 수 있지만 그것 또한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돌아갈 집이 있다,의 작가 지유라 님은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라고 표현했다. 돈을 벌어야 한다면 그때 다시 일을 바꾸지 뭐, 라고 별 일 아는 듯 툭 내뱉는다. 예전의 나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게 그 말은 무책임이 아니라, 나의 것인 내 삶의 책임은 온전히 내게 있고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한 우리는 각자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해야 맞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술도 잘 끝났고 이제 내 건강을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인데, 통증이 느껴지고 불안감이 엄습할 때 이 고통의 끝이 없을것만 같은 절망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할 때.

 

어제보다 더 아픈 사람은

열심히 낫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 것이길.

싹 나아서 갑자기 통증이 사라지기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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