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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 - 술꾼의 술, 버번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조승원 지음 / 싱긋 / 2020년 5월
평점 :
위스키는 커녕 맥주도 제대로 못 마시는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딱 하나, 누군가 커피에 위스키 몇 방울만 넣어도 커피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고 해서 정말 맛이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마셔보니 확실히 커피 향과는 또 다른 향이 나고 맛은 훨씬 좋아졌다. 더구나 그 때 마셨던 커피는, 기어코 위스키를 넣은 커피를 마셔보겠다고 자판기에서 뽑아 낸 백원짜리 믹스커피였는데도 말이다.
술 맛을 모르면서 술에 대해 알고 싶다니 조금 웃긴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역사 이야기와 문화 이야기가 어우러지면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책을 펼쳤다. - 그리고 솔직히 이런 말은 쓸모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양장본에 깔끔하고 멋스럽게 편집된 책은 내용을 읽기 전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버번 위스키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었는데 대략 이야기를 하자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위스키가 버번 위스키인 것은 아니다. 우리 막걸리가 기본적으로 곡류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번은 최소 옥수수가 51% 이상 함유되어야 한다. 그리고 물맛에 좌우되는 것처럼 버번 역시 좋은 곡류에 좋은 물이 더해져야 맛이 훨씬 좋아진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라 생각하는데 특히 켄터키 지역의 위스키가 맛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켄터키에는 석회암이 많은데 물이 석회암 지대를 통과하며 철분은 제거되고 마그네슘은 풍부해진다. 철분이 제거된 물로 위스키를 만들면 쓰지않고 색깔도 검게 변하지 않는다."(256) 그러고보니 저자가 버번 위스키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찾아 간 곳이 켄터키였던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버번' 자체가 상표와 동일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버번 위스키의 여러 상표들, 그러니까 한번쯤은 들어봤던 짐 빔이라거나 메이크스 마크에 더해 여러 곳을 다니며 그곳만의 배율이라거나 오크통 관리법, 증류기나 위스키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사실 고유 상품에 대해서는 헷갈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버번 위스키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었다.
저자는 기자 출신이라 스스로 팩트 에세이밖에는 쓸 수 없다라고 했는데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정말 알기 쉽고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 거기에 더하여 위스키 제조과정에 사용되는 용어나 기구들에 대한 개념을 먼저 알려주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또 자연스럽게 쓱쓱 이어나가는 이야기에 빠져있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위스키를 전혀 몰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설명에 반신반의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확실히 맞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제목처럼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며 술맛을 모르는 내가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투명하고 거친 곡물 증류액은 숙성고에서 갈색의 향긋한 위스키로 탈바꿈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딱 세 가지. 오크통과 시간, 그리고 인간의 인내심이다. 이 세가지가 조화를 부려 위스키가 탄생한다."(166) 라고 하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정말 버번 위스키 딱 한모금만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